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토요산행

敎當 2015. 8. 10. 16:22

금요일 저녁

 

새벽 4시경에야 잠이 들었던 나는 토요일 아침 9시에 기상을 하였다.

 

일어나자마자 그냥 산에 가야 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기 시작을 하였다.

 

시원한 얼음물을 보온컵에 담고 얼려 놓았던 홍시도 두개 넣고

 

토마토 하나와 천도복숭아 하나를 비닐팩에 싸서 넣고 출발을 하였다.

 

서문 성루 처마끝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심란하다.

 

 

작은 모자와 부채로도 가릴 수 있는 해는 날씨도 화창한 것이 산행을 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남문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여느 때와 달리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 아주머니는 배낭에 우산을 챙겨 넣고 온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저번 주에 본 일기예보에 이번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어서 준비가 철저한 분인가 보다 생각을 했다.

 

잠을 많이 잔 것은 아니라서 피곤할 법도 한데 그다지 피곤함은 느끼지 못했다.

 

대신 날이 무척 덥다는것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마천동으로 내려가서 슈퍼에 들러 환타 작은것 한병을 사서 통째로 들이켜고 있었다.

 

 

항상 성불사 뒷 길에서 잠간의 휴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지나서 서문으로 곧장 올라가는 길과 푯말삼거리 갈림길까지 가서 쉬기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한 것이어서 에정된 곳에 도착을 했는데도

 

몸은 이곳을 그냥 지나치던 것을 기억해서 잠시 쉬어 가야겠다먼 생각은 어디로 가고

 

난 계속해서 길을 걷고 있었다.

 

드디어 푯말 삼거리까지 와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갈증을 얼음물로 달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오후 2시의 남한산성의 모습이다.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운치가 있다.

 

 

멀리서 간간히 들려오던 천둥소리가 어느덧 지척에서 들리는 것이 아마도 인근 어디에서는 비가 내리나 보다.

 

처음 출발할 때 유원지에서 본 우산을 배낭에 넣어 왔던 아줌마 생각이 났다.

 

일기예보를 보고 미리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잠시 땀을 식히고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는데 천둥 소리가 더 가까이서 자주 들려

 

아무래도 곧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서문 정상까지는 마땅히 비를 피할 공간이 없어서 더 서두르게 되었다.

 

서문 옹성 가까이 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하였다.

 

난 걸음을 재촉해서 옹성 암문까지 한걸음에 내 달렸다. 

 

비가 올때는 심란하더니 비가 갠 산성은 성벽길 만큼이나 마음이 정갈 해 진다.

 

 

토끼굴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비좁아서 답답했다.

 

난 홀로 비를 뚫고 서문까지 가기로 작정을 하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홀로 걸었다.

 

서문에 도착을 하니 여기도 이미 빼곡하게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넉살좋은 중년의 산악인이 비를 훔뻑 뒤집어쓴 나를 보더니 시원하시겠다며

 

어서 오시라고 반갑게 맞이하고는 비를 피할 수 있게 길을 터 주었다.

 

천둥에 번개에 벼락까지 합세를 해서 심란한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내 나이 또래의 어던 남성분이 번개치는 소리에 죄지은 사람은 겁이 좀 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세상에 죄 안 지은 사람도 있나며 반문을 한다.

 

이 말에 머슥했는지 "벼락맞을 정도로 잘 못한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한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럼 벼락은 여의도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운무낀 길을 가는 것도 비가 오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비가 온다는 것이 때론 이처럼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비도 어느새 잦아들었지만

 

비에 흠뻑 맞은 옷으로 인해서 그냥 서 있기에는 한기가 들었다.

 

난 그냥 하산을 하기로 하고 수어장대를 향해 걸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걸으니 운무가 이리저리 쓸려다니며 묘한 기분을 자아 낸다.

 

비가 언제 왔냐는 듯이 100년 묵은 노송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자연이 그린 그림을 보니 화가가 따로 없다.

 

이래서 사람은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고 자연이 부처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순응하고 사는 것이 영낙없는 부처다.

 

안개인지 운무인지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 외진 숲길도 안 보일것 같은데 가면 보인다. 

 

우리 인생도 앞이 안 보인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다보면 길이 보이고 가면 길이 생기는 것이 인생인듯 하다.

 

비가 온 후의 자연은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였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런 운치는 구경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 비가오면 오는대로 해가뜨면 뜨는대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응하며 사는 지헤가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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