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2015년 속초행 여름휴가

敎當 2015. 8. 6. 16:07

부동산 회사를 다닌 이래 6년 동안 여름휴가를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연히 여름에는 공부한다고 부동산 회사를 안 다녔기 때문인데

이번 여름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부서원들과 함께 속초로 여행을 다녀왔다.

동서울에서 오전 829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을 했다.

이번 여름은 전 국민의 20%가 강원도를 가려고 하며

날짜로는 81일에 가장 많이 올라갈 예정이고 2일에 가장 많이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동서울에서 속초까지 시간은 2시간 10분 걸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가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

위 사진의 버스를 타고 갔는데 2시간 10분이란 글씨가 큼직하게 붙어 있다.

거짓말(?) 잘 한다는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직원에게 너무 많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운전기사가 베타랑 이라서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국도로 내 달렸다.

잠시 휴게소에 들렸는데 이런 술도 팔고 있었다.

나이 먹었어도 아직은 순진(?)해서 대놓고 찍지 못하고 슬그머니 찍었다.

차창 밖으로 냇가도 보이고 멀리 풍력발전 하는 바람개비도 보인다.

역시 녹음(綠陰)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여장을 풀고 장사항으로 향했다.

숙소를 사전 예약을 하려 했지만 일정을 잡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서

일단 터미널 주변 모텔을 잡았는데 시설은 낡았지만 방값은 저렴했다.

침대방 2개를 각 5만원씩 10만원에 빌렸다.

낮에는 냄새가 좀 많이 났는데 저녁에는 수그러들었다...다행이었다...^^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해수욕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좌측 붉은 건물 아래쪽으로 회를 파는 수산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방어와 병어돔 그리고 멍게, 오징어, 놀래미 등 푸짐하게 차린 회가 10만원이었는데

상추와 깻잎 등 야채는 별도로 돈을 받았다.

싱싱한 회를 보자 먹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한 것이...

눈을 모자이크 처리 하려고 했는데 안경이 자연스레 모자이크가 되었다.

여자 분이 한분 더 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함께하지 못했다.

썬그라스를 쓴 것과 안 쓴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인물이 달라 보인다...?

못 생긴 부분을 안경이 많이 가려주니까...ㅎㅎㅎ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내 사진도 올려보았다...ㅎㅎㅎ

수염을 안 깎았더니 소도둑처럼 생겼지만 강아지 도둑도 못된다...^^

 

이날 노래방까지 가고 나서야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노래방을 나서자 시샘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길 건너편에 가서 택시를 잡아야하는데 횡단보도는 왜 그리 멀리 있던지...

겨우 길을 건넜는데 택시는 오지를 않고 간혹 보이는 택시는 여기까지 오기도 전에

불랙홀 처럼 샛길로 빠지고 여기까지 올 생각을 못한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는데도 천둥 번개에 바람까지 몰아쳐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초조함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콜택시를 불러보지만 걸을 때마다 통화중이었다.

결국 버스가 와서 급히 운전기사에게 행선지를 알리고() 올랐다.

물 맑고 공기좋은 영월이 고향이라 그런지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신데 동안이다...^^ 

 

장사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빗속을 내달려 동명항을 지나고 있었다.

내 짐작으로는 동명항을 지나면 2정거장쯤이 숙소인 듯싶었다.

속초가 초행길인 우리는 캄캄한 비오는 밤거리 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고

일행 중 한명은 운전기사에게 계속 고속터미널을 외치고 있었는데

승객 중 한명은 여기라고 하고 운전기사는 더 가야한다고 하고...ㅎㅎㅎ

난 새마을금고라는 간판을 보고 직감적으로 이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리라고 다그쳤는데 반사적으로 내리는 사람과 아니라고 하면서 내리는 사람 등

빗줄기만큼이나 분분한 의견을 뒤로하고 일단 정류소로 몸을 피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편의점에 가서 우산을 두개 사가지고 오면서

살집 좋은 아주머니에게 터미널을 물으니 좌측으로 조금만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그제 서야 혹시나 잘 못 내렸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 해방이 되었다.

갑자기 불어난 물은 보도블럭을 흥건히 적시고 넘쳐 발목까지 차올랐다.

겨우 겨우 숙소에 도착을 하면서 방어처럼 파닥이던 가슴은 진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이 있어 먼저 올라가는 사람을 배웅하고 길 건너편 카페에서

남은 사람은 늦은 저녁을 옥수수를 갈아 만든 올챙이국수로 해결하였다.

회에다 매운탕까지 곁들여 소주를 마셨는데도 따로 들어갈 배는 있었나 보다...ㅎㅎㅎ

아침 일찍 일어나 강이사님과 함께 동명항으로 향했다.

슬금슬금 내리던 비는 어느새 굵어지고 있었고 난 영금정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오는데도 항구는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2층 식당 아래 1층의 칸마다 활어회를 파는 상가가 들어서 있다.

모듬회 한 접시가 2만원이라고 하길래 귀가 솔깃했지만 참았다...^^

출어를 마치고 온 배는 항구에 가지런하게 정박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아침거리를 장만하려는 낛시꾼의 대가 활처럼 휘어야 하는데

밋밋하게 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금방 배에서 내린 문어는 눈 깜박할 사이에 낙찰되어 팔려 나갔다.

뒤에 합류한 일행과 튀김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장치매운탕에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 후에 호기롭게 설악산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길이 온통 주차장이다...!

택시 기사님()의 배려로 도중에 버스로 갈아탈 수 있었다.

넓고 쾌적한 버스...^^...천천히 가도 좋았다~~~*

연세 드신 분(?)도 있어서 가장 무난한 비룡폭포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산에 왜 가느냐고 하시는 분(연세 드신분 아님...^^)도 있어서 코스도 완만하고

오는 길에 들리는 음식점에 해물파전이나 도토리묵에 머루주가 죽인다고 설레발을 쳤다...ㅎㅎㅎ

진짜 먹고 싶었는데 음식점은 아무데도 없었다...다 이전 한 듯!

권금성 옆자락에 있는 산 정상에도 운무가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급하게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만큼이나 내 마음은 급하게 머루주를 향하고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점이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가 가파르게 더위를 씻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육담폭포인가?...안내 표지판에는 폭포가 하나 더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

요 사진은 안올리려고 했는데 출렁다리를 찍은 사진이 요것뿐이 없어서...ㅎㅎㅎ

뒤로 보이는 것이 출렁다리고 얼굴의 안경은 직접 그려 넣었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인 비룡폭포다.

사람이 많아서 감흥은 좀 덜 했지만 예전에 여기 온 선조들은 사람도 적고

숲도 울창하게 욱어진 이곳을 보면서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곳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다.

하산하는 길에 신흥사에 들려보니 10 여 년 동안 조성된 부처님이 보인다.

관광객뿐이라서 그런지 절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이 크다고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영험한 것도 아니며 위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불상을 이리 크게 제작을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허공처럼 큰마음에 새겨야 부처님이 크고 위대하며 항상 나와 함께 하는 것을...^^

 

신흥사에서 나오는데 무료 찻집이 눈에 들어 왔다.

절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정혈차를 파는 곳이었다.

피를 맑게 한다는 말에 또 주머니를 털었다.

연잎과 솔잎 등 여러 가지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는데 향이 좋았다.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좋았고 따뜻한 것은 따뜻한 대로 좋았는데

사람도 이처럼 여기에도 저기에도 다 쓸모 있는 사람이라면 외롭지 않을 것이고

차의 향처럼 은은하고 깊게 마음을 적셔주는 사람이 되기를 발원하변서

12일의 짧지만 여운이 남는 여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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