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敎當 2015. 4. 20. 11:51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토요일 산행을 하기로 하고 아침 10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는 너무 화창하고 기온도 높아 산행을 하는 사람 중에는

반팔을 입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화장한 것처럼 꽃으로 단장한 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들뜨게 했는데

이런 기분을 만끽하려는지 제법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산에 오를 때 항상 코로 숨을 들여 마시고 코로 뱉거나 입으로 뱉는다.

그러다 보니 산행을 하는 속도가 입으로 숨을 쉬면서 할 때보다 많이 떨어졌는데

이런 산행이 습관이 되자 지금은 입으로 숨을 쉬나 코로 쉬나 속도차이가 없다.

오히려 다리 근육이 피곤하지 않아서 처음 시작할 때와 마칠 때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고 갈증도 나지 않아서 4~5시간 산행을 하면서

배낭이나 물통 없이 그냥 맨 손으로 산행을 하기도 한다.

이날은 아무런 장비 없이 그냥 맨손으로 산을 올랐다.

사실 맨손으로 산에 올라야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기운을 받는 산행을 할 수 있다.

이날이 영하 12도 정도 되는 날이었는데 땀이 흘러내려 모자에 고드름이 생겼다.

 

불과 얼마 전 겨울에 산행을 할 때만 하더라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실제로 외부 온도와는 큰 상관이 없이 막힌 몸의 기운이 소통이 되면서

한 겨울에도 다량의 땀을 흘려 항상 손수건을 지참하고 산행을 했다.

이번 산행은 날도 따뜻하고 속옷 위에 등산복 긴팔과 바람막이까지 입었다.

다소 덥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등산복만 한 벌 입으려다

최대한 몸을 덥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하여 바람막이를 입고 산행을 한 것이다.

더우면 벗으면 그만이기에 많이 입었고 땀은 많이 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처럼 땀으로 흠뻑 젖은 산행을 기대하면서.....ㅎㅎㅎ

 

4시간 반의 산행을 하면서 중간에 쉬지 않고 걸었다.

그런데 처음 땀이 조금 나는 듯 하더니 더 이상 땀은 나지 않았다.

코로 숨을 쉬고 걸으면 속도가 느리게 된다.

하지만 내거 걷는 속도는 이제 적응이 되어 보통사람보다 빨리 걸으면 걸었지 느리지 않다.

마천동으로 내려가서 다시 산을 오르면 마천동에서 처음 산행을 하는 사람과 함께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분을 거의 다 추월해서 가는 정도니

내 걷는 속도가 느리다고 단정을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힘이 남아돌아(?) 뛰어 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면 빨랐지 절대 느린 속도로 걷는 것은 아니다.

 

손수건을 가지고 갔는데 이 녀석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등산을 끝낸 시점에서 손수건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새것처럼 뽀송뽀송 했다.

그러니 얼굴은 땀이 많이 나지 않았는데 아주 작은 소금 결정체가 얼굴에 묻어 있어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니 모래알처럼 하얀 소금 알갱이가 묻어 나왔다.

등산을 즐긴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한 겨울에도 그렇게 많이 나던 땀이 화창한 날씨에 옷도 많이 입었는데

오히려 땀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수련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상에서 벗어난 현상을 겪다보니

이제는 만성이 되었는지 그저 덤덤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특별한 것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특별한 것이 되었다.

사실 특별도 없고 보통도 없고 하찮은 것도 없는데 그걸 보고 듣고 느끼는 내 마음에 따라

혹은 인연에 따라 그렇게 분류하면서 살고 있는 것 뿐이다.

이 공부를 하면서 변한 것이 그렇게 분별하면서 살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분별없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분별하지 않고 살고 있다.

<중생이 있으니 부처가 있고, 부처가 있으니 중생이 있는 것이다.>

좋은 것 싫은 것도 없다면 인생에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계에 부딪혀도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우고 또 비우기 위해 오늘 하루도 정진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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