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지하철 출근

敎當 2015. 4. 13. 11:33

과거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신기한 것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 사람이 기()라는 것을 눈으로 보았으니....

 

평창의 절에 다니던 나는 도반 중에 평창에서 팬션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끔 이분의 집에 들러서 놀다 가기도 하였다.

한 날은 이분의 집에 하산 길에 들렀는데 마당에는 천남성이라는 독초가 심어져 있었다.

() 초보임에도 난 호기심에 그 독성을 기로 당겨보기로 하고 손을 갖다 대었다.

난 분명히 기로 천남성을 기운을 당겼는데 천남성의 잎은 흔들리고 있었다.

기운이 방사가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기로 천남성의 기운이 몸에 들어왔다면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기라는 것은 이처럼 내가 받을 수 있을 정도만 자동으로 들어온다.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기운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 기운들은 처음 대면했을 때 힘이 들지만 한번 느끼면 적응이 되어

내가 감당하기 힘든 기운이 아니면 같은 기운으로 인해 고통을 받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 직원이라는 것이 많으면 몇 십 명에서 백 명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처음 출근을 한 오전이 나로서는 가장 걱정도 되고 힘이 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것을 왜 시작했던가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서 그런 후회는 내 삶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후회하기 보다는 더욱 정진해서 모든 기운을 눌러

외부의 기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택하기로 하고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사무실의 기운도 문제지만 버스를 타는 것도 나에게는 문제가 되었다.

물론 시내버스처럼 사람이 자주 오르고 내리면 기운도 분산되어 별 문제는 없는데

공항버스처럼 밀폐된 차량의 내부에 있으면 기운도 갇혀서

혹시 몸이 안 좋은 사람이라도 만나면 버스를 타는 곳이 지옥이 된다.

그래서 공항버스를 탈 일이 생기면 침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타는 것 중에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은?

 

이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출근 시간에는 많은 사람이 이용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어떤 경우에는 몸이 밀착되어 꼼짝도 못하고 그 자세로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전철을 타면 타인의 기운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전철인 만큼 분명 몸이 안 좋은 사람이 있을텐데....ㅎㅎㅎ

 

불과 얼마 전(대략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철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사람이 많던지 적던지 별로 기운을 타지 않았다.

가끔 너무 안 좋은 사람을 만나면 힘든 상황도 있기는 했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의 수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지하철을 타면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을 한다.

아니 매일 만났어도 느끼지 못했다가 느끼기 시작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그만큼 수련을 해서 이제는 그런 기운을 느껴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왜냐하면 천남성처럼 내가 감당하지 못할 기운은 저절로 차단이 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운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만 믿고 무리를 한다며 바로 기운에 눌려 힘든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지금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도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지만 빠지는 것도 한꺼번에 많이 빠진다.

또 기 수련을 하면서 몸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쓰기로 하겠다.

 

기 수련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처럼 감당할 수 있는 기운만 들어오듯이

사람이 일이 안되어 오는 고통도 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오는 것 같다.

하지만 기의 고통도 어떤 연유로 오고 있는지 파악을 해서 차단을 해야 하듯이

안 좋은 삶의 고통도 원인도 빨리 알아차려서 피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기의 고통이던지 삶의 고통이던지 감당이 안 되면 내려놓으면 된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내려놓는 것이 쉬우냐고 반문을 하시는데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또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매달려 봐야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할 때 열심히 하고 안 되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지혜요 현명함이다.

안 되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련이 남는 것이다.

 

지하철 출근 얘기를 하다 글이 삼천포로 빠졌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라도 잘 받아들이면 행복이 된다.

삶의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지옥과 극락이 갈리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기 공부의 진도가 엄청 빨라졌다.

그만큼 따라오는 고통도 많아지지만 고통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흔히 공부를 하면서 마장을 겁을 내는데

이런 이유로 마장이 심하다는 것은 공부가 잘 된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 출근길에도 별탈(?)없이 잘 오다가 한 아주머니가 내 앞으로 비집고 들어왔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고 그다지 몸은 좋지 않아서 조금 불편한 상황이 있었지만

이 분이 오늘의 내 스승이시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피하지 않고 출근을 했다.

 

내가 길을 가는데 앞에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에 한명은

나에게 깨우침을 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말을 좋아 한다.

이제는 세명 중에서 한명이 아니라 모든 만물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다 공부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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