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술의 도수

敎當 2012. 6. 3. 19:51

"나 어젯밤에 80도짜리 양주 마셨어"하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십중팔구 뭘 모르는 사람이다.

그 양주는 80도가 아니라 80 PROOF였을 것이다.

 

술이 독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에는 도, %, PROOF가 있다.

이 가운데 '도'와 %는 같은 의미다.

25도 짜리 소주는 알콜농도 25% 짜리 소주를 말한다.

이 소주의 용량이 100㎖라면 그중 25㎖가 알콜, 75㎖는 물이다.

PROOF는 부피나 질량을 정확히 잴 도구가 없었던

19세기 이전 영국에서 나온 단위다.

영국인들은 물과 알콜 혼합액에 화약을 터뜨릴 때,

알콜 농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야만 불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길이 일어나면

'알콜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는 뜻으로 "Proof!"라고 외쳤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는 농도 57.1%의 알콜이 100 PROOF로 규정됐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좀 달라졌다.

미국인들은 복잡한 숫자 대신, 단순히 퍼센트 농도의 2배를 PROOF로 정해 버렸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50% 알콜이 100 PROOF가 됐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이런 헷갈리는 PROOF를 아예 무시하고

자기네 와인에 막바로 %농도를 표기함으로써 이를 세계에 확산시켰으나,

아직도 버본을 비롯한 독주 메이커들 상당수는

여전히 PROOF 표기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 영국산 80 PROOF 위스키를 마셨다면

그는 우리 식으로 46도짜리 위스키를,

미국산 80 PROOF 라면 40도짜리 위스키를 마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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