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자뷔'라는 기억의 착오현상
분명히 처음 보는 장면, 처음 겪는 일, 처음 나누는 대화인데,
일찍이 경험했던 것이라고 느끼는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소름이 쫙 끼치는 순간이다.
이런 현상을 '기시감'이라고 한다.
프랑스어로 '데자뷔(d j vu)'라 한다.
일부 심령학계에서는
이를 전생의 기억이나 예지력 같은 초능력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지각 장애'의 일종으로 파악한다.
과거에 매우 보고 싶어 했던 것,
누구 한테인가 생생하게 들은 것 따위가 잠재해 있다가
어떤 찰나 현실에 겹쳐지는 '기억의 착오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험했으나 자신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재생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그림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고 한다.
기시감은 정상인이나 비정상인 모두에게 가능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민수(정신과)교수에 따르면,
정상인의 기시감은
대개 몸이 피곤하거나 술을 마셔 정신 통제능력이 떨어졌을 경우처럼
신체의 조절기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난다.
하지만 정상인은 그것이 착각임을 금방 깨닫고, 빈도도 잦지 않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여기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반면 병적인 경우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온다.
떠오르는 모양이나 색깔, 강도는 정상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좀 더 자주 나타나고, 다른 사고장애나 환청, 망상을 동반하기 쉽다.
주로 신경증, 정신분열, 간질환자들이 잘 겪는다.
기시감은 감기가 걸리면 콧물과 기침이 나오듯 하나의 증상일 뿐이므로,
그 자체를 독립적인 질환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기시감과 반대로
잘 알고 있는 장소를 처음 보는 장소로 여기는 현상은
'미시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