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육조단경

육조단경(8)

敎當 2010. 6. 24. 11:19

 

22. 修行 - 수행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만약 수행하기를 바란다면 세속에서도 가능한 것이니,

절에 있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절에 있으면서 닦지 않으면 서쪽 나라 사람의 마음이 악함과 같고,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하면 동쪽 나라 사람이 착함을 닦는 것과 같다.

 

오직 바라건대, 자기 스스로 깨끗함을 닦으라.

그러면 이것이 곧 서쪽 나라이니라."

위사군이 물었다.

"화상이시여, 세속에 있으면서 어떻게 닦습니까? 원하오니 가르쳐 주소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혜능이 도속(道俗)을 위하여 '모양 없는 게송(無相頌)'을 지어 주리니 다들 외어 가지라.

이것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항상 혜능과 더불어 한 곳에 있음과 다름이 없느니라."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법도 통달하고 마음도 통달함이여!

해가 허공에 떠오름과 같나니

오직 돈교(頓敎)의 법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와 삿된 종취를 부수는구나.

 

가르침에는 돈과 점이 없으나

미혹함과 깨침에 더디고 빠름이 있나니

만약 돈교의 법을 배우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미혹하지 않느니라.

 

설명하자면 비록 일만 가지이나

그 낱낱을 합하면 다시 하나로 돌아오나니

번뇌의 어두운 집 속에서

항상 지혜의 해가 떠오르게 하라.

 

삿됨은 번뇌를 인연하여 오고

바름이 오면 번뇌가 없어지나니

삿됨과 바름을 다 버리면

깨끗하여 남음 없음(無餘)에 이르는 도다.

 

보리(菩提)는 본래 깨끗하나

마음 일으키는 것이 곧 망상이라

깨끗한 성품이 망념 가운데 있나니

오직 바르기만 하면 세 가지 장애를 없애는 도다.

 

만약 세간에서 도를 닦더라도

일체가 다 방해되지 않나니

항상 허물을 드러내어 자기에게 있게 하라.

도와 더불어 서로 합하는 도다.

 

형상이 있는 것에는 스스로 도가 있거늘

도를 떠나 따로 도를 찾는지라

도를 찾아도 도를 보지 못하나니

필경은 도리어 스스로 고뇌하는 도다.

 

만약 애써 도를 찾고자 할진대는

행동의 바름(正行)이 곧 도이니

스스로에게 만약 바른 마음이 없으면

어둠 속을 감이라 도를 보지 못하느니라.

 

만약 참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세간의 어리석음을 보지 않나니

만약 세간의 잘못을 보면

자기의 잘못이라 도리어 허물이로다.

 

남의 잘못은 나의 죄과요

나의 잘못은 스스로 죄 있음이니

오직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번뇌를 쳐부수어 버리는 도다.

 

만약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하고자 할진대는

모름지기 방편이 있어야 하나니

저로 하여금 의심을 깨뜨리게 하지 말라.

이는 곧 보리가 나타남이로다.

 

법은 원래 세간에 있어서

세간에서 세간을 벗어나나니

세간을 떠나지 말며

밖에서 출세간의 법을 구하지 말라.

 

삿된 견해(邪見)가 세간이요

바른 견해(正見)는 세간을 벗어남(出世間)이니

삿됨과 바름을 다 쳐 물리치면

보리의 성품이 완연하리로다.

 

이는 다만 단박 깨치는 가르침이며

또한 대승(大乘)이라 이름하나니

미혹하면 수많은 세월을 지나나

깨치면 잠깐 사이로다  

 

23. 行化 - 교화를 행하심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너희들은 다들 이 게송을 외어 가지라.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을 하면 천리를 혜능과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혜능의 곁에 있는 것이요,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얼굴을 마주하여도 천리를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각각 스스로 수행하면 법을 서로 지님이 아니겠느냐.

여러 사람들은 그만 흩어지거라.

혜능은 조계산(曹溪山)으로 돌아가리라.

만약 대중 가운데 큰 의심이 있거든 저 산으로 오너라.

너희를 위하여 의심을 부수어 같이 부처의 성품을 보게 하리라(同見佛性)."

함께 앉아 있던 관료·스님·속인들이 육조대사께 예배하며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훌륭하십니다. 크게 깨치심이여!

옛적에는 미처 듣지 못한 말씀입니다.

영남에 복이 있어 산부처가 여기 계심을 누가 능히 알았으리오'한 다음 한꺼번에 다 흩어졌다.

 

대사께서 조계산으로 가시어 소주(韶州)·광주(廣州) 두 고을에서 교화하기를 사십여 년이었다.

만약 문인을 말한다면 스님과 속인이 삼오천 명이라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만약 종지(宗旨)를 말한다면 <단경>을 전수하여 이로써 의지하여 믿음을 삼게 하였다.

만약 <단경>을 얻지 못하면 곧 법을 이어받지 못한 것이다.

모름지기 간 곳과 년 월 일과 성명을 알아서 서로 서로 부촉하되

<단경>을 이어받지 못하였으면 남종(南宗)의 제자가 아니다.

<단경>을 이어받지 못한 사람은 비록 돈교법(頓敎法)을 말하나

아직 근본을 알지 못함이라 마침내 다툼을 면치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로지 법을 얻은 사람에게만 (돈교법의) 수행함을 권하라.

다툼은 이기고 지는 마음이니 도(道)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24. 頓修 - 단박에 닦음

 

세상 사람이 다 전하기를

'남쪽은 혜능이요 북쪽은 신수(南能北秀)'라고 하나 아직 근본 사유를 모르는 말이다.

또 신수(神秀)선사는 형남부 당양현 옥천사(玉泉寺)에 주지하며 수행하고,

혜능대사는 소주성 동쪽 삼십오 리 떨어진 조계산에 머무시니,

법은 한 종(宗)이나 사람에게 남쪽과 북쪽이 있어

이로 말미암아 남쪽과 북쪽이 서게 되었다.

어떤 것을 '점(漸)'과 '돈(頓)'이라고 하는가?

 

법은 한가지로되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기 때문이다.

견해가 더딘즉 '점(漸)'이요, 견해가 빠른즉 '돈(頓)'이다.

법에는 '점'과 '돈'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는 까닭으로

'점'과 '돈'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일찍이 신수스님은 사람들이

혜능스님의 법이 빠르고 곧게 길을 가리킨다(疾直指路)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신수스님은 드디어 문인 지성(志誠)스님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으니, 나를 위하여 조계산으로 가라.

가서 혜능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듣기만 하되, 내가 보내서왔다 하지 말라.

들은 대로 그 뜻을 기억하여 돌아와서 나에게 말하여라.

그래서 혜능스님과 나의 견해가 누가 빠르고 더딘지를 보게 하여라.

너는 첫째로 빨리 오너라.

그래서 나로 하여금 괴이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라."

지성은 기쁘게 분부를 받들어 반달쯤 걸려서 조계산에 도달하였다.

그는 혜능스님을 뵙고 예배하여 법문을 들었으나 온 곳을 말하지 않았다.

지성은 법문을 듣고 그 말끝에 문득 깨달아 곧 본래의 마음에 계합하였다(卽契本心).

그는 일어서서 예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큰스님이시여, 제자는 옥천사에서 왔습니다.

신수스님 밑에서는 깨치지 못하였으나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문득 본래의 마음에 결합하였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자비로써 가르쳐 주시기 바라옵니다."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거기에서 왔다면 마땅히 염탐꾼이렷다!"

지성이 말하였다.

"말을 하기 이전에는 그렇습니다만, 말씀을 드렸으니 이미 아니옵니다."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번뇌가 곧 보리임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대사께서 지성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들으니 너의 스님이 사람을 가르치기를 오직 계·정·혜(戒定惠)를 전한다고 하는데,

너의 스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계·정·혜는 어떤 것인가?

마땅히 나를 위해 말해 보라."

지성이 말하였다.

 

"신수스님은 계·정·혜를 말하기를

'모든 악(惡)을 짓지 않는 것을 계(戒)라고 하고,

모든 선(善)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惠)라고 하며,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定)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계·정·혜이다'고 합니다.

신수스님의 말씀은 그렇거니와, 큰스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알지 못합니다.

혜능스님께서 대답하셨다."그 법문은 불가사의하나 혜능의 소견은 또 다르니라."

지성이 여쭈었다."어떻게 다릅니까?"

혜능스님께서 대답하셨다."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라."

지성이 계·정·혜에 대한 스님의 소견을 청하였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말을 듣고서 나의 소견을 보라.

 

마음의 땅(心地)에 그릇됨이 없는 것(無非)이 자성의 계(戒)요,

마음의 땅에 어지러움이 없는 것(無亂)이 자성의 정(定)이요,

마음의 땅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無癡)이 자성의 혜(惠)이니라."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계·정·혜는 작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요,

나의 계·정·혜는 높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자기의 성품을 깨치면 또한 계·정·혜도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큰스님께서 세우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뜻은 어떤 것입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성품은 그릇됨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다.

생각 생각마다 지혜로 관조(觀照)하여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났는데, 무엇을 세우겠는가.

자기의 성품을 단박 닦으라(自性頓修).

세우면 점차가 있으니 그러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은 예배하고서 바로 조계산을 떠나지 아니하고

곧 문인이 되어 대사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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