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육조단경

육조단경(2)

敎當 2010. 6. 17. 12:19

 

4. 神秀 - 신수스님

 

상좌인 신수는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게송(心偈)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 스님께서 내 마음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겠는가.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스님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지만,

조사(祖師)의 지위를 넘보는 것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인의 마음(凡心)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 참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며,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三更)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써 놓고 법을 구해야겠다.

만약 오조스님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시면

나의 전생 업장이 두꺼워서 합당이 법을 얻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알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 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은 이르기를,

몸은 보리의 나무요(身是菩提樹)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心如明鏡臺)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時時勤拂拭)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莫使有塵埃)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다 써 놓고 방에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스님께서 아침에 노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 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다 읽고 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홍인이 공봉에게 돈 삼만 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을 그리지 않으리라.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凡所有相 皆是虛妄) 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아서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홍인대사께서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을 앞에 향을 사루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라. 외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문인들이 다들 외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고 말하였다.

오조스님이 신수상좌를 거처로 불러서 물으시되,

"내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약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나의 법을 얻으리라"하셨다.

신수상좌가 말하기를

"부끄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습니다만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겠습니까?"하였다.

오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自性)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하리라"하셨다.

신수상좌는 돌아가 며칠을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5. 呈偈 - 게송을 바침

 

한 동자가 방앗간 평을 지나면서 이 게송을 외고 있었다.

혜능은 한 번 듣고, 이 게송이 견성(見性)하지도 못하였고 큰 뜻을 알지도 못한 것임을 알았다.

혜능이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는 것은 무슨 게송인가?"하였다.

동자가 혜능에게 대답하여 말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큰스님께서 말씀하기를,

나고 죽는 일이 크니 가사와 법을 전하고자 한다 하시고,

문인들로 하여금 각기 게송 한 수씩 지어 와서 보이라 하시고,

큰 뜻을 깨쳤으면 곧 가사와 법을 전하여 육대의 조사로 삼으리라 하셨는데,

신수라고 하는 상좌가 문득 남쪽 복도 벽에 모양 없는 게송(無相偈) 한 수를 써 놓았더니,

오조스님께서 모든 문인들로 하여금 다 외게 하시고,

이 게송을 깨친 이는 곧 자기의 성품을 볼 것이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나고 죽음을 벗어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나는 여기서 방아 찧기를 여덟 달 남짓하였으나 아직 조사당 앞에 가보질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그대는 나를 남쪽 복도로 인도하여 이 게송을 보고 예배하게 하여주게.

또한 바라건대 이 게송을 외어 내생의 인연을 맺어 부처님 나라에 나기를 바라네" 하였다.

동자가 혜능을 인도하여 남쪽 복도에 이르렀다.

혜능은 곧 이 게송에 예배하였고, 글자를 알지 못하므로 어느 사람에게 읽어 주기를 청하였다.

혜능은 듣고서 곧 대강의 뜻을 알았다.

혜능은 또한 한 게송을 지어,

다시 글을 쓸 줄 아는 이에게 청하여 서쪽 벽 위에 쓰게 하여 자신의 본래 마음을 나타내 보이었다.

본래 마음을 모르면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으니, 마음을 알아 자성을 보아야만 곧 큰 뜻을 깨닫느니라.

 

혜능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菩提本無樹)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가 없네.(明鏡亦無臺)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佛性常淸淨)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요.(何處有塵埃)

또 게송에서 말하였다.

마음은 보리의 나무요(心是菩提樹)

몸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라(身爲明鏡臺)

밝은 거울은 본래 깨끗하거니(明鏡本淸淨)

어느 곳이 티끌과 먼지에 물들리오.(何處染塵埃)

절 안의 대중들이 혜능이 지은 게송을 보고 다들 괴이하게 여기므로,

혜능은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오조스님이 문득 혜능의 게송을 보시고, 곧 큰 뜻을 잘 알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시어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이도 또한 아니로다!" 하셨느니라

 

6. 受法 - 법을 받음

 

오조스님께서 밤중 삼경에 혜능을 조사당 안으로 불러 <금강경>을 설해 주시었다.

혜능이 한 번 듣고 말끝에 문득 깨쳐서(言下便悟)

그날 밤으로 법을 전해 받으니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이내 오조스님은 단박 깨치는 법(頓法)과 가사를 전하시며 말씀하셨다.

"네가 육대조사가 되었으니 가사로써 신표로 삼을 것이며,

대대로 이어받아 서로 전하되,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마땅히 스스로 깨치도록 하라."

오조스님은 또 말씀하셨다.

"혜능아, 옛부터 법을 전함에 있어서 목숨은 실날에 매달린 것과 같다.

만약 이 곳에 머물면 사람들이 너를 해칠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속히 떠나라."

혜능이 가사와 법을 받고 밤중에 떠나려 하니 오조스님께서 몸소 구강역까지 혜능을 전송해 주시며,

떠날 때 문득 오조께서 처분을 내리시되

"너는 가서 노력하라. 법을 가지고 남쪽으로 가되, 삼 년 동안은 이 법을 펴려 하지 말라.

환란이 일어나리라. 뒤에 널리 펴서 미혹한 사람들을 잘 지도하여,

만약 마음이 열리면 너의 깨침과 다름이 없으리라"하셨다.

 

이에 혜능은 오조스님을 하직하고 곧 떠나서 남쪽으로 갔다.

두 달 가량 되어서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렀는데,

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쫓아와서 혜능을 해치고

가사와 법을 빼앗고자 하다가 반쯤 와서 다들 돌아간 것을 몰랐었다.

오직 한 스님만이 돌아가지 않았는데 성은 진(陳)이요 이름은 혜명(惠明)이며,

선조는 삼품장군으로 성품과 행동이 거칠고 포악하여 바로 고갯마루까지 쫓아 올라와서 덮치려 하였다.

혜능이 곧 가사를 돌려주었으나 또한 받으려 하지 않고

"제가 짐짓 멀리 온 것은 법을 구함이요 그 가사는 필요치 않습니다"하였다.

혜능이 고갯마루에서 문득 법을 혜명에게 전하니

혜명이 법문을 듣고 말끝에 마음이 열리었으므로,

혜능은 혜명으로 하여금 "곧 북쪽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교화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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