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절에 가는 이유

敎當 2010. 1. 2. 14:20

절에 다니게 된지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절에 가게 된 이유가 몸이 안 좋아서 친구의 권유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냥 절이 강원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소풍간다는 기분으로 들르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몸이 아픈 것이 치유가 되고 불교라는 종교를 접하면서 그 교리에 빠져들게 되었고

기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지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절에 다니면서 불교 교리를 배우는 시간 보다는

집에서 책이나 인터넷 혹은 불교방송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양의 불교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절에 다녔던 이유는 스님과의 인연이 가장 크며 신도들과의 유대감을 비롯하여

학창시절 집에서도 공부는 할 수 있지만 학교를 가면 의례히 공부하러 가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다 잡을 수 있듯이

절에 가면 마음을 닦으러 간다는 생각이 앞서는 까닭에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기에

가까운 절을 놔두고 굳이 먼 강원도 절에 다녔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요즈음 절에 안간지 한 달이 좀 지났다.

안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절에 가는 것 보다 집에서 마음을 닦는 일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를 하러 가는 절이 집보다 못하다면 집이 절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만물이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데 어디면 어떻고 하는 것부터가 상이다.

비록 지금은 미혹하지만 내 마음에 부처가 있다면 내가 곧 절이요 법당인 것인데

신도들과 통화하다보면 왜 절에 안 나오냐는 것이 인사가 되어 버렸다.

외형적으로는 절에 안나가는 듯이 보이지만 절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아예 마음에 법당을 차리고 사는데도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어찌 대답해야 할런지 대략 난감하다.

사람의 몸이지만 술을 마시면 술 마시는 동안에는 내 몸은 또 다른 술병이 된다.

경전을 다 읽고 외워 석가모니 부처의 말씀을 다 이해하고 행 할 줄 알면 석가모니 부처에 다름 아닌 것과 같다.

다만 석가모니 부처님과 모습이 다르다고 부처님이 아닐까.

그런 이유로 절이나 내 몸이나 혹은 집이거나 모습만 다를 뿐이지 절이 아닌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절에 안가다 보니 말들이 꽤나 많은것 같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신도들에 관한 이야기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이 귀에 꽤나 많이 들려오니...........

그래도 관심을 아직은 가져주고 있구나 생각하니 그 소리마저 즐겁고 반갑다.

예전에 내가 강원도 까지 매주 한 번도 안 빠지고 2년여를 다녔을 때

지금 나에게 왜 절에 안 나오느냐는 신도에게 똑같이

‘왜 절에 안 나오십니까?’라고 물었다면 뭐라 대답했을까 생각하니 실소를 금 할길 없다.

각설하고, 절에 다녀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에 다니고

만물이 법당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만물이 법당이 된다는 사실이다.

어디에 있건 어디를 다니건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절에 안다닌다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단지 집이 절보다 조금 낫다는 이야기 인데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절에 다녀서 신도로 남을 것인지 안 나와서 비신도가 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인것 처럼 강요하니 답답하다.

이런 마음가짐은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 절대 안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것 같다.

산은 산이 거기 있기에 간다고 한다.

절도 절이 거기 있기에 갔으면 좋겠다.

단지 산에 오르면 건강해 지듯이 절에 가면은 마음이 건강해 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이다.

산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탓하지 않는다.

절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데 유독 사람만이 온다 간다 탓을 하니...............

절을 절로 가게되는 그런 도량이 되었으면 하는게 작은 새해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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