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화엄경의 도리

敎當 2009. 11. 10. 10:12

 

<무식한 제가 죄인입니다>란 글을 올리고 보니 일이 일파만파가 되어 커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지고 다니던 절의 큰스님께 글로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당분간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칩거하며

불경공부와 기수련에 치중하기로 하였습니다.

공부가 짧아 이런 일이 벌어졌고 또한 그 대처를 조금은 감정적으로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불자를 비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찌 되었건 위급할 때마다

스님들의 전용 방패가 되었던 삼보를 비방하면 안된다는 논리에 마땅한 대응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다음에야

자숙하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올린 댓글에는 비방하는 내용이 없었지만

인터넷에 일방적으로 비방의 글을 올리고 글을 멋대로 빼버린 처사에 카페 운영자로서 사건 당사자로서

분개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한 글이 <무식한 제가 죄인입니다>란 글입니다.

글은 내가 썻어도 올리는 순간부터는 내 재산이 아니라 공유재산이 됩니다.

게다가 댓글이 달려 있다면 그건 더욱 글쓴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함부로 올리고 삭제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글이 좋으면 좋은대로 유치하면 유치한대로 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의 흔적이며

내 마음의 면경대가 되는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건 오랜만에 그동안 보다 잠시 접었던 화엄경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비스님의 <화엄경강의-불광출판사>라는 책에 내가 댓글을 달아 시비의 원인이 되었던

“동물은 살생하지 말고 그 고기를 취하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데

왜 장작은 식물을 죽여서 얻어지는 부산물인데 그것을 금하라는 내용은 없나요?”라는

내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와 있기에 여기에 소개 하고자 합니다.

이 부분이 전에 읽다가 잠시 덮어둔 바로 뒷부분에 나오기에 그때 조금만 더 읽을걸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화엄경은 만물이 다 세간의 주인이라 보더라고요.

 

P346-화엄경을 바르게 공부하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나도 잘났고 너도 잘났다, 사람도 위대하고 식물도 동물도 똑같이 위대하다,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결국 ⌜화엄경⌟을 잘못 이해해 가지고 나만 잘났다 너는 못났다, 사람만 잘났다 다른 생물들은 못났다

이렇게 되어 가지고 반쪽짜리 보살밖에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략>-

쌀이 중요하면 겨도 중요하다 이겁니다.

겨가 있음으로 해서 쌀이 있게되는 것입니다.

쌀만 중요하고 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물론 먹는 데에는 쌀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쌀로 먹도록 까지에는 겨가 없으면 쌀이 되질 않아요.

그것을 알아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화엄경의 도리는 바로 그것입니다.

 

동물과 식물을 같이 보았다고 부처님 율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하여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지금

이글을 보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더군요.

엊그제 불교TV를 보니 우승식인가 하는 분이

이색이상(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이란 소주제로 강의하는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초목을 죽이는 일보다 곤충을 죽이는 일이, 곤충을 죽이는 일보다 동물을 죽이는 일이, 동물을 죽이는 일보다...........죄가 더하다.”라는 강의를 하더군요.

초목을 죽이는 일이 죄가 분명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이 구구절절히 남의 글이나 경전을 인용하지 않아도 유치원생에게 물어도 답은 나와 있는 것을............

에~~~휴 나무관세음보살!

인터넷은 여러 사람이 보는 곳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에 좀더 신중하게 처신하고 글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적 대응을 했음에는 참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앞으로 살다 화나는 일이 있다면 다시 나를 보는 거울로 삼고 싶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불면 조금은 흔들리는게 중생이요 사람 사는 맛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이 없으면 그 고요함을 어찌 알겠습니까!

스님으로 인해 또 깨우침을 받았으니 바람은 잡지 아니하고 가르침만 가슴에 남기렵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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