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성철스님의 어머니

敎當 2018. 11. 22. 13:17

언젠가 성철스님에게 물었다.

 

"출가할 때 집에서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반대 마이 했지, 와 안하겠노. 내가 명색이 유림 집안의 장남인데, 반대 안할 택이 있나. "

 

성철스님은 그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가할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 사주(四柱)' 덕분이었다.

 

"반대한다고 출가 안할 수는 없는 거 아이가.

그래서 내가 거짓말을 했지. 중 안되면 죽을 팔자라고.

출가 안시키고 집에 잡아놓으면 곧 죽는다는데야 더 뭐라 하겠노.

부모들 마음에야 그게 제일 약한 데 아이가.

나중에는 '죽지만 말아라' 고 하데. "

 

사주팔자를 철석 같이 믿었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믿지못해 따로 사주를 봤다.

당연히 아들의 말과 틀리는 내용이다.

 

어머니는 "내가 용한데 가서 사주 물어본 께,

니는 죽을 사주가 아이라 큰 사람 될 꺼라 하던데" 라며 아들을 다그쳤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한테 이기는 어머니가 있겠는가.

 

"그 관상쟁이 참 엉터리요. 내가 지리산에 사주 잘 보는 도인한테 물어봤다 아이요.

그 사람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요절한다고 학실하게 말했는데,

그 사람 믿어야지 내가 와 어무이가 본 엉터리 사주를 믿을 끼요. "

 

성철스님이 그렇게 거짓말로 속인 어머니는 참 총명하고 지혜로운 성품으로 소문난 분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를 본 적이 있는 가족들은 "성철스님의 총명함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을 것" 이란 말을 많이 했다. 어머니는 성철스님을 잉태하기 전부터 "큰 사람을 낳으리라" 며 치성을 많이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귀한 아들을 출가시켰으니, 어머니는 수시로 옷가지와 음식을 준비해 아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성철스님은 결코 어머니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산으로 도망치다가 나중에는 아예 어머니가 절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돌맹이를 던져대기도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옷과 음식을 싸가져온 보따리를 두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후엔 꼭 다시 찾아와 성철스님이 보따리를 가져갔는지를 확인했다.

 

성철스님이 출가하고 4년쯤 지나 금강산 마하연 선원에 들어가

하안거(夏安居.여름철 칩거하며 수행하는 것) 를 날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물어 물어 그 곳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성철스님은 밖을 내다보지도 않고 참선만 하고 있었는데, 선방 스님들이 술렁였다.

천리길을 달려온 어머니가 돌아갈 생각을 않고 있으니

다른 스님들이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중공사(선방 전체회의) 가 열렸다.

 

"아무리 생사를 걸고 정진하는 수도승이지만 어머니가 진주 남쪽 끝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으니,

마냥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어머니를 맞이하든지 아니면 선방에서 떠나야 한다. "

 

선방의 대중공사 결론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성철스님은 어쩔 수 없이 참선 수행을 중단하고 어머니를 맞이 했다.

물론 곱게 맞을 큰스님이 아니다.

 

"내가 원채 무섭게 하니까 딴 사람은 아무도 안오는데, 우리 어무이는 그래도 찾아오는 기라.

금강산 마하연에 찾아왔을 때는 대중공사 때문에 할 수 없이 만났는데

보자마자 내가 막 해댔지. '뭐하려 이까지 찾아오냐' .

그러니까 어무이가 '나는 니 보러 온 거 아이다. 금강산 구경하려 왔다' 고 말하데

그러니까 뭐 더 할 말이 있겠노. "

 

성철스님은 그 바람에 어머니를 모시고 금강산 유람에 나섰다.

금강산에서 수행하면서도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비경을 어머니 덕분에 돌아본 셈이다.

 

성철스님 어머니를 잘 아는 비구니 성원(해인사 국일암 감원) 스님은

금강산을 유람하던 당시 어머니의 기쁜 마음을 가장 정확히 들어 기억하고 있다.

성원스님이 들은 어머니의 기억.

 

"보고싶던 아들 손 잡고 금강산 구경 잘 했제.

어째 험한 길에 가면 아들한테 업히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고

그래 그래 금강산을 돌아다니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마음에 분간이 안되는 기라.

금강산 구경 잘 하고 헤어졌제.

금강산 돌아다닐 때는 거기가 극락인줄 알았는데 돌아올라카니 앞이 캄캄해.

산에서 내려와 기차를 타고 진주로 돌아오는데

아이구 며느리 생각만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해줄 말이 없어 가슴이 답답한 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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