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큰스님은 '부잣집 맏아들'

敎當 2018. 9. 18. 14:49

성철스님이 태어난 생가터에 기념관을 짓고,

옆에 다시 겁외사(劫外寺) 라는 이름으로 절을 창건한 것이 지난 봄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 제자된 입장에선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그런데 겁외사 주지스님에 따르면 가끔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어 당혹스럽다고 한다 

항의의 내용인즉

 "생가를 복원한다면서 왜 이렇게 큰 기와집으로 번들번들하게 지어 놓았느냐" 는 책망이란다.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철스님 생가란 '토담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초가집' 정도인 까닭이다.

막상 생가라고 찾아왔는데 번듯한 기와집 세 채가 자리잡고 있으니

 "실제 생가와는 무관한 복원 아니냐" 고 항의할 만도 하다.

 

사실 성철스님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 아니라 지리산 자락 인근에선 제법 큰 부잣집 맏아들로 태어나셨다.

아버지가 집안살림을 잘 키워 사방 1이내에서 남의 땅을 밟지 않고 지낼 정도였다고 한다.

 

앞으로 경호강을 바라보며 대나무숲을 옆에 끼고 있는 생가 일대에서 온갖 수확이 많았다고 한다.

당연히 성철스님이 태어난 집은 초가집이 아니라 기와집이었다.

 

그런 설명을 해주면 많은 사람들은

"그럼 큰스님은 가난한 집 아들이 아니라 부잣집 아들이었던가 보네.

부잣집 아들이 왜 출가했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가승들의 상당수가

가난한 살림에 먹을 것이 없어 절집에 몸을 의탁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큰스님 출가 당시엔 그런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그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성철스님이 들려준 어린 시절 얘기로 미뤄봐도 큰스님 집안은 넉넉했음에 분명하다.

큰스님은 기분이 아주 좋은 경우,

특히 제자들의 안마를 받을 때에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얘기를 하곤 했다.

 

"내가 옛날 우리 동네 얘기 하나 해줄께.

우리 동네에 어린 아(아이) 가 하나 있었는데 고집이 센 지라 하고싶은 거는 꼭 해야하는 거라.

그런데 지가 뭐 할라카먼 돈이 필요하거든.

 

그래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저거 집 대문 앞에서 저거 아부지 이름을 불러대는 거라.

 

'아무 거시야, 아무 거시야' 하면서 아부지 이름을 막 부르는 거라.

그라면 우짜겠어.

온 동네 창피하니까 그 어머니가 돈을 주거든.

그러면 그 돈 받아가지고는 얼른 어데로 가버리지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없어.

어데 갔다가 다시 돈이 필요하면 또 저거 집 대문 앞에 서 아부지 이름을 불러. "

 

제자인 우리도 재미있게 들었지만,

얘기하는 성철스님도 얼굴에 홍조를 띠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곤 했다.

우리는 그저 "큰스님 살던 동네에 그런 괴짜 아이가 하나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지난 어느날 지족암에 계시던 일타스님을 찾아뵙게 됐다.

 

일타스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거 큰스님 어릴 때 얘기 하나 해주까?" 하며 입을 여는데,

성철스님에게 들었던 그 악동(惡童) 얘기가 아닌가.

그 악동이 바로 성철스님이었던 것이다.

 

성철스님은 1920,

아홉살에 고향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단성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제대로 어린 나이에 학교를 가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동급생들이 스무살 전후였다고 한다.

 

양반 자제들은 학교에 잘 보내지 않았고,

주로 마름살이나 종살이하는 사람들이 어렵사리 다 자란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큰스님이 자주 들려준 얘기에 따르면,

당시 경호강을 건너 학교에 다녀야 했는데

다 큰 어른인 급우가 큰스님을 등에 업고 건네다 주었다고 한다.

물론 큰스님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미 동네 서당에 다니면서 한문을 깨우쳤다.

 

큰스님의 어린 시절 얘기를 많이 알고 있던 일타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성철스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너거 큰스님이 어릴 때 온 동네 시끄럽게 한 적이 가끔 있었는데,

책 때문에 그런 적이 많았던 거라.

한문을 일찍 깨쳐 어려서 소설 삼국지를 한문으로 읽었는데,

하루는 적벽대전 장면에 어찌나 재미있는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그냥 나무그늘에 주저앉아 버렸지.

집에 올 생각을 않고 책에 빠져있다가 해가 저물었어.

집식구들이 아이를 찾는다고 온 동네 뒤지고 다니며 야단법석을 피웠지. "

 

성철스님의 공식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그러나 평생 독학을 거듭하며 많은 책을 읽어 그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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