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육조단경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敎當 2015. 5. 12. 15:18

법달은 홍주 사람인데,

일곱 살에 출가하여 항상 <법화경(法華經)>을 읽었다.

어느 날 조사를 뵙고 절을 했으나 머리를 깊이 숙이지 않았다.

 

조사가 꾸짖었다. 

"그렇게 머리 숙이기가 싫으면 무엇하러 절을 하느냐? 네 마음 속에 무엇이 하나 들어 있는 모양인데 무엇을 익혔는가?"

"<법화경>을 이미 삼천번 읽었습니다" 

"네가 설마 만번을 읽어 거의 뜻을 통달 했다 하더라도 그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면 도리어 허물이 되는 줄 모르는구나."

 

조사가 법달에게 게송을 들려 주었다. 

절하는 것은 아만심을 꺽자는 것,어째서 머리를 깊이 숙이지 않는가 

''라는 생각 있으면 허물이 생기고, ''라는 생각 버리면 복이 한없는 것을.

 

조사가 다시 말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법달이라 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리도 일찍 법을 통달했는가?"

조사가 다시 게송을 들려주었다. 

네 이제 이름을 법달이라 하니 그동안 얼마나 힘써 외웠는가 

껍데기로 외우는 것은 소리만 있을뿐 마음을 밝혀야 보살이 되느니라. 

네게 이제 인연이 있어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부처는 말이 없다는 것을 믿으면 절로 입에서 연꽃이 피리라.

 

이 게송을 들은 법달은 깊이 뉘우치며 말했다.

앞으로는 반드시 공경하겠습니다.

제가 <법화경>을 외우긴 했으나 경 뜻을 알지 못해 항상 의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스님께서 크신 지혜로 경 뜻을 말씀해 주십시요 

"법을 통달한 법달도 자기 마음은 모르는구나.

경에는 본래 의심이 없는데 네 마음이 스스로 의심하는 것이다 

너는 <법화경>의 뜻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저는 어둡고 둔해서 글자만 외웠을 뿐 뜻은 알지 못합니다."

 

나는 글자를 모르니 어디 그 경을 한번 읽어보아라. 듣고서 풀이해 주겠다. 

법달이 소리 높여 읽다가 <비유품>에 이르자 조사는 그만 읽으라 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경은 본래 인연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을 말한 것이다.

비록 많은 비유를 들었으나 같은 뜻이다.

경에 모든 부처님이 한 가지 큰 인연으로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하였다 

큰 인연이란 바로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밖으로는 형상에 집착하고, 안으로는 공에 떨어져 있다 

만약 형상에서 형상을 떠나고 공에서 공을 떠난다면 안과 밖이 함께 어둡지 않을 것이다.

 

이 이치를 깨달으면 한 생각에 마음이 열리리니 이것이 부처님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만약 네가 경의 뜻을 잘못 이해하여

이것은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 것이지 중생의 분수에 맞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부처님을 헐뜯고 경전을 비방하는 일이된다 

너는 이제 부처님의 지혜란 바로 자신의 마음이며, 따로 부처가 없다는 것을 믿어야한다 

네가 그동안 애써 외운 것을 대단하게 여기며 자랑으로 삼는다면

마치 소가 제 꼬리를 자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러면 뜻만 알면 애써 외우지 않아도 됩니까?"

"경을 어찌 외우지 말라 하겠느냐?

다만 막히고 트임이 자신에게 달렸고, 더하거나 덜하는 것도 자신에게 달렸으니

입으로 외우고 실제로 행동한다면 이것이 곧 경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만 외우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경이 사람을 읽는 것이다." 

법달은 이 말에 크게 깨달았다. 

 

- 육조혜능(六祖慧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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