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육조단경

나뭇꾼의 깨달음-혜능대사

敎當 2015. 3. 10. 11:39

혜능대사는 당나라 태종 정관 12(638)에 중국의 남쪽 끄트머리 지방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출가하기 전의 성은 노 가였으며, 세 살 때에 아버님을 여의어 소년 시절부터 나무를 해다 팔아서 홀어머니를 봉양하였다.

그는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였으나 마음씀이 남다르고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가 어느 날 시장에 나무를 팔러 갔는데,

한 가게에 나무를 주고 돈을 받아 나오는 길에 탁발하는 스님의 경외는 소리를 들었다 

 

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하게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이 구절에 이르러 홀연히 마음을 깨우친 그는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께서 외는 경이 무슨 경이옵니까?”  

금강경이오.”  

그 경을 어디에서 얻으셨습니까?”  

나는 이 경을 황매현 동선사(東禪寺)에서 구하였오.

그 절에는 오조 弘忍 대사가 교화하고 계신데, 제자가 천 여명에 이르른다오.

이 금강경을 잘 읽고 실천하면 견성성불(見性成佛)하게 된다고 하여, 나도 열심히 독송하고 있는 중이오.”  

 

이 말을 들은 혜능은 곧 구도심이 일어나, 어머님의 허락을 얻고 출가하였다.

집을 떠나 황매산의 홍인 대사를 찾아 뵙고 예배드리자, 대사가 물었다 

너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고자 하느냐?”  

저는 영남 신주에 사는 백성으로, 멀리까지 와 스님을 뵙고자 함은 오직 부처가 되기만을 구해서입니다.”  

너는 영남 사람으로 오랑캐가 아니냐? 어떻게 네가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사람에게는 비록 남과 북이 있사오나, 불성에는 본래 남과 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인 저의 몸이 비록 스님의 몸과 같지는 않으나, 불성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오랑캐인인 주제에 제법 똑똑한 체 하는구나. 후원에 가서 일이나 하여라.”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마음 스스로 항상 지혜를 내어 본 성품을 떠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복 짓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다시 무슨 일을 하라 하십니까?”  

허허, 아는 소리 말고 방앗간에 가서 방아나 찧도록 하여라.”  

 

그뒤 혜능은 후원에서 장작을 패고 방아를 찧었다.

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돌을 짊어지고 여덟 달이 지나도록 열심히 일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홍인 대사가 방앗간에 들러 혜능에게 말하였다 

내 너의 견해가 쓸만 하다고 생각하여, 악한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염려하여 너와 더불어 이야기를 하지 않음을 알고 있느냐?”  

, 제자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에 홍인 대사는 제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하였다 

 

죽고 삶이 가장 큰 일인데 겨우 복이나 닦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너희들은 이제 스스로의 지혜를 살펴 자기 본심인 반야의 성품을 가지고 각자 게송을 하나씩 지어 오너라.

만일 큰 뜻을 깨우친 사람이 있으면 발우와 가사를 전하여 第 六代 조사로 삼으리라.”  

 

그 때에 사람들은 누구나 신수가 오조 홍인 대사의 법을 이어받아 육조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신수는 고심 끝에 게송을 지어 대중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붙여 놓았다 

身是菩提樹 몸은깨달은 나무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  

時時勤拂拭 언제나 털고 닦아  

勿使惹塵埃 먼지 묻지 않도록 하리  

 

홍인 대사는 이 게송을 보고,

 "이 게송에 의지하여 도를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큰 이익이 있으리라고 제자들에게 말하고는

조용히 신수를 불렀다 

이 게송을 보니 너는 아직 본성을 알지 못하였구나. 다만 문밖에 이르렀을 따름이요, 아직 문안에는 들지 못하였다.

그러한 견해로는 무상대도를 구한다 하여도 얻지 못할 것이니, 더욱 수행에 힘써라.”  

 

그렇지만 모든 대중은 신수 대사의 게송을 자랑스럽게 외고 다녔다.

한 사미승이 외는 소리를 우연히 들은 혜능은 사미승에게 게송이 적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게송 앞에 선 혜능은 정중하게 절하고 말하였다 

내가 배운 것이 없어 글자를 모르니 누가 좀 읽어 주시오.”  

그 청을 들은 옆 사람이 소리내어 읽어 주자, 다 듣고 난 혜능이 말하였다 

저도 또한 한 게송을 짓겠으니 받아적어 주십시오.”

 

혜능의 이 말에 그 곳에 모인 대중들이 우습게 생각하고 쑥덕거리자 혜능이 다시 말하였다.

도를 구하는 사람은 초학자를 가벼이 여기지 마십시오.

초학자에게도 높은 지혜가 있을 수 있고 지혜있는 사람도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는 법이니,

행자라 하여 가벼이 본다면 한량없는 죄가 될 것입니다.”  

혜능의 거침없는 이 말을 듣고 대중들은 움찔하였다.

그러자 그들 가운데 한 스님이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옳소. 내가 받아 적을 터이니 게송을 읊으시오.”

 

혜능은 게송을 불렀다 

菩提本無樹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明鏡亦非臺 밝은 거울 또한 틀에 얽매이지 않은 것  

本來無一物 본래에 한 물건도 없거늘  

何處惹塵埃 어느 곳에 먼지가 일어나리요 

이 게송을 들은 대중들은 모두 놀라며 감탄하였다.

 

사람은 겉모양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찌 우리가 도인을 몰라보고 일만 부렸던가?”  

이때에 홍인 대사가 다가와 혜능의 게송을 훑어보고는 신발로 문질러 지워버리고는 말하였다. 

아직 견성하지 못한 글이다. 가서 일들이나 하거라.” 

 

그와 같은 일이 있고 난 다음 날이었다.

홍인대사가 몸소 방앗간으로 와서 말하였다. 

"쌀은 다 찧었느냐?" 

"이미 찧은 지는 오래되었으나 아직 키질을 못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홍인대사는 지팡이로 방아를 세 번 치고 말없이 가버렸다.

혜능이 그 뜻을 알고 삼경에 오조 스님을 찾아뵙고 예배하니,

홍인 대사는 둘레를 병풍으로 가리고 금강경을 설법하고 의발을 전수하여 육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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