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도인과 선사

무여(無如) 스님과 화두 참구법

敎當 2015. 1. 28. 12:16

- 요즘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간화선에서는 화두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방법인가요?

  화두 참구법을 좀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화두 참구자는 먼저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 합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려면 일체를 쉬고 일체를 놓아야 합니다.

마음이 그렇게 고요한 상태에서 화두를 듭니다.

 

화두 참구의 요령은 대강 네 가지입니다 

첫째, 화두는 의정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화두를 든다’, ‘화두를 공부한다’, ‘화두 참선을 한다라는 말은

모두 화두에 의정(疑情)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화두의 생명은 의정입니다.

화두는 오직 의정을 일으켜야 합니다.

화두에 의정이 크면 클수록 크게 깨칠 수 있고, 의정이 없으면 깨치지 못합니다.

 

둘째, 화두는 간절하게 들어야 합니다.

결단코 안 하면 안 될 것처럼, 필연코 해야 될 것처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참선자는 늘 이마에 화두를 써 붙이고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셋째, 간단(間斷)이 없이 해야 합니다.

화두는 끊임이 없이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녁에 잘 때까지 한 순간도 화두를 놓치지 말고

꾸준히 애써 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쉽게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넷째,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화두는 한 번 한 번을 예사롭게 들지 말아야 합니다.

예술가가 혼신의 힘을 쏟아서 작품을 만들 듯이 지극한 성심(誠心)으로 들어야 합니다.

이 공부는 어떤 마음 자세로 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러한 네 가지 요령으로 화두를 참구해도 잘 안 된다면 그때는 특별한 마음을 내야 합니다.

 

<특별한 마음>

첫째는 분심(憤心)입니다.

 ‘도대체 왜 나만 안 된단 말인가?’, ‘왜 나만 못한단 말인가?’ 이런 대분심을 내야 합니다.

 

둘째는 신심(信心)입니다.

그것도 그냥 신심이 아니라 깊은 믿음, 대신심을 내야 합니다.

참선자라면 불법과 심법(心法)과 화두에 대하여 철두철미하게 믿어야 합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그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셋째는 발심(發心)입니다.

이것 역시 예사로운 발심으로는 부족합니다.

참으로 지극하게, 진정으로 뼛속 깊이 발심해야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좌우됩니다.

참으로 간절하게 발심하여 밀고 나가면 분명 큰 성취가 있습니다.

 

넷째는 용맹스럽게, 그리고 지혜롭게 참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용맹심과 지혜로움이 있을 때 그토록 안 되던 화두가 들리게 됩니다.

 

- 화두 참선을 처음 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을 좀 해주시죠 

참선을 하려는 사람은 우선 화두를 간택(揀擇)해야 합니다.

그러나 화두는 자기 스스로, 임의로 선택하지 말고 반드시 선지식에게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화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지기 때문입니다.

 

참선자는 우선 마음을 고요히, 아주 고요히 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참선을 할 때는 일체 마음을 쉬고,

일체 마음을 비우고 아주 고요한 상태에서 오직 화두만 참구해가야 합니다.

그래야 화두에 의정이 일어나서 집중이 잘 됩니다 

참선은 가급적이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꼭 하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좌선시간을 정해놓고 그것을 중요한 일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그 외의 시간에도 항상 참구하는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화두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화두 참구는 반드시 해야 되고, 꼭 해야 되는 공부다.

이 공부는 도무지 안 할 수가 없는 공부다라는 생각을 확고히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열심히 할 마음이 납니다.

그렇게 성심성의껏 해야 합니다 

요즘 수행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고들 하는데, 최상의 수행법은 화두 참선법입니다.

이런 확신이 서면 화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 스님께서는 지금 종단에서 추진하는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만,

  수년 전부터 개인적인 원력으로 간화선 수행체계를 정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간화선의 수행체계를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입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구참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심지어 노장 취급을 받게 됩니다.

무상한 것이 세월이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으니 여기저기에서 공부에 대해 물어옵니다.

처음에는 외면도 하고 다른 선지식에게 보내기도 하였지만

이 산중에까지 와서 물으니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말로는 부족해서 기초선원에서 강의한 것이나 여기저기에서 법문한 것을 테이프로 제작해서 드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미흡해서 화두 공부에 대해 요긴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4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입니다

 

(그러시면 스님, 한 번 보여 주시죠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호소하니

스님께서는 슬며시 방으로 가시어 두툼하게 제본한 책자를 가져와 보여주셨다.

외양은 이미 책 형태를 갖추어서 깔끔하게 제본까지 되어 있으니 책으로 바로 펴내도 될듯했다.

목차를 보니 1. 선이란 무엇인가? 2. 참선자의 선결 요건 3. 화두 참구법 등등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스님 바로 책으로 내시지요?” 하고 말씀드리니 아직 남에게 내놓을 만큼 정리하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혼자 틈나는 대로 살펴보면서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종단 차원에서 펴내는 간화선 수행 지침서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작업하고 있는 지침서는 실참실수 위주로 편찬하고 있기 때문에

참선자들이 뭔가 좀 알고 수행하도록 한 점에서는 매우 좋고 대중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정리된 지침서를 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종단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의 특성상 지침서를 내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공부라는 것은 자기가 실제 경험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왕 내기로 한 것이니까 요즘 출가 수행자들이나 재가신도들의 근기에 맞도록

좀 자상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화두 참구에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리가 되어 책이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선 수행을 하는 분 중에 간혹 계행을 방편으로 보고 이것도 초월해야 한다면서

  서슴없이 파계하는 경우가 더러 보이는데 여기에 대하여 말씀을 좀 주시죠.

 

도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계를 지켜야 합니다.

스스로 근기가 약하다, 근기가 하열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일수록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는 수행의 기초가 되며 성스러운 보리(菩提)를 이루는 바탕이 됩니다.

계로 인해서 선정에 들어갈 수 있고 선정으로 인해서 큰 지혜가 나타납니다.

계행이 없이 삼매를 닦는다고 하더라도 번뇌를 벗어날 수 없으며, 청정한 지혜는 바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범망경에서는

만일 보살이 이 계를 받지 않고, 지키지 않는 자가 있다면 불종자(佛種子)가 아니다라고까지 하였습니다 

간혹 파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수좌일수록 더 계행에 충실하여 여법해야 수행다운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얼마 전에 입적하신 석주 노스님 생각이 납니다.

노스님께서 잘 사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종단에서 석주스님에게 전계사(傳戒師)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펄쩍 뛰셨다고 합니다.

 “나는 안 된다. 전에 건강이 안 좋을 때 신도들이 전복죽을 해주어 먹은 적이 있는데,

  어떻게 전계사가 되겠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며 거절하셔서 주위 사람들이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계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 스님께서는 염불, 간경, 주력, 위빠사나 등 간화선 이외의 수행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람은 여러 단계의 근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근기에 따라서 적절한 수행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기가 하열한 수행자나 발심을 하지 못한 수행자일수록

단계적으로 그 사람에게 알맞은 적당한 수행을 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수행은 스승을 잘 만나서 적당한 수행법으로 적절한 지도를 받으면 의외로 쉽게 바로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화선 이외의 이런 수행법으로는 구경처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수행법으로 수행의 기초를 다져간다 해도 결국에는 화두 참선을 해야 확철대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행법은 화두 참선으로 가는 기초과정인데, 이런 과정을 밟더라도 역시 선지식의 지도에 따라 해야 합니다.

 

- 흔히 간화선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간화선이 최상승 수행이라고 강조하고

  여타 수행에 대해선 좀 낮춰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수행법이 많습니다.

그 많은 수행법 중에서 으뜸은 간화선 수행법입니다.

간화선을 최상승 수행법, 최고의 수행법입니다.

확철대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화두를 타파하면 구경처인 부처의 경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상승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간화선 수행자들이 간혹 여타의 수행법을 좀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화선이 최상승법이라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주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옛 어른들은 한결같이 오직 화두만이 확철대오할 수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남방에서 공부해 오신 어느 스님께서 얼마 전에

한국불교의 선 수행자들이 불성(佛性)을 뭔가 실체가 있다는 힌두교의 아트만처럼 이해하여

 수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비판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에서는 불성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요 

조사선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열반경에서는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법화경에서는 꾸물거리는 미물까지도 다 불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즉 모든 중생은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각경에는 본래 부처이다(本來成佛)”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불성을 아트만(Atman)처럼 이해하여 수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화두를 실참실구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화두가 삼매의 경지에 도달하면 저절로 불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간혹 수행에 체험도 없이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 부처님의 핵심 교리 중에 하나인 무아(無我)와 윤회(輪廻)의 관계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학자들 사이에는 불교는 무아인데 윤회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윤회를 부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스님들이나 신도님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아니 윤회니 하는 것은 이론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실제 느껴보지 못하면 입에 담기가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러나 체험을 하면,

 ‘, 생사(生死)가 둘이 아니구나! 윤회가 참으로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그 즉시 느끼게 됩니다 

학문을 하시는 분은 반드시 체험의 바탕에서 하셔야 올바른 학문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론으로, 또 생각으로는 아무리 궁구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은 체험 없이는 입을 열지 않는 것이 학자의 양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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