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더러운 몸 깨끗한 마음

敎當 2014. 6. 3. 12:18

 

직장이 강남에 있는 관계로 전철을 이용 해 출퇴근을 한다.

요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부터 내린 비로 한결 시원해진 기분이다.

오늘도 내리는 비에 우산을 받혀들고 출근을 한다.

내일이면 64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각 후보들 마다 비를 피해서 전철역 안으로 들어와

마지막 유세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평상시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선거철이되면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는 것을 보면서

명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얼굴도 두껍지 않은 나는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저런 일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나라와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겠다고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사람들까지 동원해 알리는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경기도가 성남시가 좋아질 것처럼 느껴져야 하는데

내일이 지나면 또 몇 년 뒤에나 볼 수 있는 얼굴이겠거니 생각을 하니

주는 명함도 받기가 싫고 얼굴을 마주치는 일조차 싫어진다.

출근길 복잡한 전철입구를 가로막고 서서 유세를 하는 모습을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도 없고 저런 작은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데

큰일을 하겠다는 후보군을 보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환승을 하고 목적지인 회사 근처의 출구로 나서는데 아직도 비가 내린다.

입구를 보니 우산에 씌웠다 버려진 비닐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비를 맞으며 그 비닐을 줍고 있었다.

좀 전의 피켓을 들고 봉사하겠다고 몇 날 몇 일을 외치던

말끔한 차림의 선거유세단이 아니라 전철을 집삼아 잠을 청하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하던 노숙인 이었다.

머리 벗겨진 노숙인(사실 나도 앞이마가 조금 훤해서 이 속설에 기대를 하고 살고 있었는데...)

없는 줄 알았는데 앞 머리숱이 좀 없고 수염이 덥수룩한 노숙인이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봉사를 한다.

 

비록 몸은 남들에 비해 지저분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깨끗한

부처님 한 분을 본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포대화상이라는 분은 구걸을 하면서 도를 깨친 것으로 안다.

그러니 겉은 이래도 이분도 부처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이 너무 비약된 감도 있지만 그냥 난 그렇게 믿고 싶은 광경이었다.

 

겉 모습은 상()이다.

상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분별심을 없애고 청정한 마음으로 봐야 하는데

이것이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각인이 잘 안된다.

마음이 바뀌어야 행동도 자연스레 바뀌는 것이다.

노숙자라는 상이 머리에 가득 차 있으니 청정심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

비우고 또 비워야 하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그런 모습을 나만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상을 깨고 감동을 받고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법인 부동산에 관한 상이

태산보다 크고 높았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고 또 좋은 땅이라고 글을 쓰고 있다.

물론 모든 법인 부동산이 다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좋지 않고

그 중에서 일부의 회사가 그나마 돈이 되는 땅을 팔고 있을 뿐이다.

논과 밭 그리고 산으로 이루어진 기억의 화성.

그 화성에 60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화성 최초로 트리플역세권이 들어선다.

역 앞 광장을 피해서 40m 떨어진 토지와 아예 광장에 붙은 토지를 분양하고 있다.

이런 토지를 분양하는데도 법인 부동산이라는 겉모습에

편견을 가지고 있어 속단한다면 분명 잘 못된 일일 것이다.

역세권 땅을 파는 것이 죄가 되진 않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상점에서 팔던지 거지가 팔던지

그 가치와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파는 사람을 보고 그 가치를 판단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깨치는 일은 이 생에서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삶이 힘들고 하는 일이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깨끗하고 청정한 부처님 마음 잃지 않기를 발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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