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특별함

敎當 2014. 2. 24. 22:08

사람들은 일상을 살면서 항상 특별한 무엇인가를 꿈꾼다.

아마 일상이 주는 단조로움이나 무료함 혹은

나만은 특별하기를 바라는 어떤 기대감에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 특별함이라는 것이 기대하는 것만큼

추구할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을 이제와서 새삼 해 본다.

왜냐하면 특별함을 겪어 보니 보통의 귀중함을 알았다고나 할까!

 

어려서 유난히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버지가 무서웠던 나는

아마도 그때부터 특별함을 꿈꿔 왔는지도 모른다.

때론 난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 먼 별나라에서 잘못을 저질러

그 벌로 이 곳 지구로 유배되어온 왕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등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난 그저 아들에서 학생에서 청년에서 가장에서....

 

이런 과정을 겪어오면서 꿈도 망상도 접고 잘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찾아온 깊은 병은 내게 또 다른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하였다.

병으로 인해 우연히 찾은 절에서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라면서 기 수련을 받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기운이 실재 한다는 사실에 신기해서 열심히했고

소질을 발견하고는 또 열심히 했고

남들보다 일취월장하는 실력에 매료되어 더 열심히 했다.

수련 2달 만에 전화 통화를 하면 상대방의 아픈 곳을 알 수 있었고

가물거릴 만큼 멀리 떨어진 상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고

어떤 때는 생각만으로 그 사람의 상태를 알기도 했으니

말 그대로 신통방통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들어도 알고 봐도 알고 냄새로도 알고 생각으로도 알고....

 

몸은 현실을 떠난 적이 없고 보통을 떠난 적이 없는데

남들이 못하는 아니 알지도 못하는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보통에서 신통을 겪으면서 살고 있으니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말을 해도 믿지를 않고

어떤 때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하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얼마 전에 단체로 관광을 갔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내 기운으로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자리 배정이 그 사람 바로 앞이었다.

자리에 앉은지 5분도 되지 않아서 몸에 마비가 왔다.

난 황급히 자리를 그 앞으로 옮겼다.

내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그리고는 준비해간 침으로 기운을 소통시키니 차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졸지에 자리를 뺏긴 사람이 볼 멘 소리를 한다.

 

그 사람 눈에는 뒷자리나 앞자리나 자리 하나 차이인데

뭐가 달라질게 없어 보였을 것이고

내가 무슨 수작을 부렸다고 오해받기 쉬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특별함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좀 가혹하다.

예전에 기 수련을 하기 전에는 암환자하고 같이 있어도

아무런 몸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고

설령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뿐 무섭지 않았고

(사실 귀신이 뭐가 보고 싶을까 만은 호기심에^^)

굿하는 곳에 가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사람이 사람하고 같이 앉아서 가는데 시달리고 눌리니...

 

반야심경에 <부증불감>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난 살면서 반야심경민큼 그 내용에 동의하면서 사는 것이 없다.

어떤 것이 생겨나면 분명히 어떤 것은 줄어드는 것이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던 어떤 것들이 인연을 만나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질 뿐이다.

이 특별함을 가지게 되니 보통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통이 모여서 결국 특별한 것이 될 뿐이다.

그러니 차원만 달리 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사는 것이 행복인데 살면서 행운을 바란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행운을 찾는 것이다.

어느 스님이 봄을 찾아 길을 나섰는데

온 산과 들을 찾아 헤매도 봄을 찾지 못하다 결국 집으로 돌아왔더니

어느새 봄은 내 집에 와 있더라는 글이 생각이 난다.

일상의 봄은 행복은 늘 내 곁에 가까이 있다.

특별한 삶을 원하는 순간 난 이미 보통을 지나

그 반대편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안을 고집하면 밖이 생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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