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언니

敎當 2013. 12. 23. 19:13

요것도 내가 사무실에서 얻은 별명이다.

직장의 특성상 여자들이 많은데 우리 부서에서 유일한 남자인 내가

어쩌다가 얌전하다고 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긴 어떤 부장은 내가 얌전해서 영업을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갈 것으로 봤다고 한다.

그런데 3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남아서

그것도 남들이 못할 때 많은 계약을 했으니 경천동지할 일이다^^

 

어려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했던 나는

중학교에 올라가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중국무술 도장을 1년 다녔다.

그런 덕택인지 운동을 조금은 하는 편이다.

생긴건 수염을 깎지 않으면 20살 때 30살 까지 봤으니

애늙은이(흐)인 셈이고 지금은 나이 먹어 머리도 조금 벗겨졌는데

남자같은 외모와 맞지 않게 과분한(?) 언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한 일 없이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것 같아 송구스럽다.

 

호랑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까칠하고 고집이 세어서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고

IMF로 지친 나는 처음 절에 갔을 때에 큰스님이

무언가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눈에 살기가 가득하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은 언니라니...

하지만 난 이 별명을 훈장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 만큼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튀지 않고 잘 어울리고 있다는 증거니까.

(어쩌면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암튼^^)

 

할 말은 불이익을 받아도 꼭 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는

이젠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선회하는 법을 배웠고

비위를 맞춰 주기만 바라던 성격에서

이젠 비위를 맞출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니 남자를 만나면 남자답게 여자를 만나면 여성스럽게

자연스레 동화(?)가 되어 수다도 좀 많이 늘었다.

나를 버리니 나와 경계를 이루고 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쓸데없는 자존심 지키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했는데

지금은 그 에너지를 수련하고 동화하고 나를 허무는데 쓰니

하는 일도 좀 수월하게 풀린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에너지는 누구나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에너지를 나를 개발하는데 쓰느냐

아니면 다른 곳에 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언니면 어떻고 오빠면 어떨까?

나를 내세우지 않아 언니라고 불리는 것에

사실 불교공부가 좀 되어 간다는 안도감도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많은 본성 중에서

지금은 언니가 내 주된 성격으로 나왔나 보다.

어찌되었건 나를 버리니 어제도 행복하고 오늘도 행복하고

아마 내일도 행복할 것이다.

'삶 그리고 이야기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발 닳을땐 바깥쪽부터?   (0) 2014.02.03
갑오(甲午)년 새해  (0) 2014.01.01
산타클로스의 비밀   (0) 2013.12.08
모기  (0) 2013.10.06
이스라엘과 아랍민족의 대립  (0)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