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떨어지는 총알에 맞으면
공중에 위협 사격한 총알,
오발돼 하늘로 날아간 실탄은 언젠가 다시 떨어진다.
낙하하는 총알은 땅에 다다를 쯤이면 엄청나게 가속될텐데,
여기에 맞으면 어찌될까?
자유 낙하하는 물체는 중력 때문에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지상 200m 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지표에 닿을 때 속도는 초속 63m가 된다.
그러나 이는 진공 속에서 낙하할 때 얘기다.
공기 중에서는 마찰로 인한 저항을 받는다.
마찰력은 낙하속도에 비례해서 커지는데,
낙하속도가 점차 빨라져 공기의 마찰력이 중력과 같아지면
물체는 그때부터 더 이상 빨라지지 않고 등속운동을 하게 된다.
이를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 라고 한다.
빗방울의 경우 종단속도는 대략 초속 0.3m,
높은 곳에서 자유 낙하하는 농구공은 초속 20m다.
팔다리를 활짝 펴고 떨어지는 사람은 초속 60m,
낙하산을 펴면 초속 5m가 된다.
진공에서는 새털이나 쇠공이나 똑같이 떨어지지만,
현실 세계에선 이처럼 달라진다.
총알도 마찬가지다.
명지대 물리학과 전동렬교수가 M-16 자동소총의 경우를 계산했다.
M-16 총탄의 탄두 무게는 10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약 4g.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발사했을 때
탄두가 총구를 떠나는 속도는 초속 700m 쯤이다.
공기 마찰이 없다면 24㎞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500∼1,000m 정도에서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총알은 점점 가속 되다가 100m쯤 내려오면
종단속도인 초속 45m에 도달하고, 이후 같은 속도로 낙하한다.
이렇게 되면 발사당시의 운동에너지는
대부분 상실돼 불과 0.4% 정도만 남게 된다.
아울러 총구를 떠날 때의 강력한 자전도 없어지기 때문에,
M-16 탄환의 살상력은 거의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박찬호의 최고 구속이 초속 45m 정도이므로,
박찬호가 야구공 대신 4g짜리 쇠구슬을 힘껏 던지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물론 빠른 야구공을 머리에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듯,
총알을 맞는 신체 부위에 따라서는
생각 밖의 부상도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