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다" "무겁다" 투수 구질 차
이는 야구 중계방송에서 해설자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저 투수는 스피드는 좋은데 공이 가벼워서 홈런을 자주 맞습니다",
혹은 "저 선수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공이 무거워 큰 걸 좀처럼 안 내줘요"
야구공 무게가 저마다 다를리 없는데 왜 그런 표현을 하는 걸까.
구질의 가볍고 무거움은 공의 회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에 회전이 많이 걸리면
그만큼 장타를 맞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투수가 던지는 직구에는
보통 공의 아래에서 위쪽으로 백스핀(역회전)이 걸린다.
백스핀이 걸린 공을
타자가 배트의 중심보다 약간 위쪽 부위로 정확하게 받아치면,
공은 반대방향으로 다시 강력한 백스핀을 먹게 된다.
강하게 뻗는 공에 백스핀까지 걸리면 공은 위쪽으로 솟구치게 된다.
공의 윗부분은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아래쪽은 느려짐으로써,
공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양력이 생기는 것이다.
비행기 날개 윗면이 아래보다 둥근 탓에
공기 흐름이 빨라져 비행기가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무거운 공은 그 반대다.
공에 회전이 적거나 거의 없으면 양력을 그만큼 덜 받게 되고,
타자가 힘껏 때려도 땅볼이 되거나 멀리 뻗지 못하게 된다.
정통 직구를 구사하는 박찬호의 공은
비교적 가벼운 편에 속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구질이 가벼우냐 무거우냐는
투수의 체격, 공을 잡는 방법(그립) 등에 크게 좌우된다.
야구 해설가 김소식씨에 따르면 손가락 길이와도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
손가락이 짧으면 아무래도
공의 회전을 죽이거나 살리는 컨트롤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거운 공을 던지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할 수 있다.
그밖에 선천적인 요인도 상당히 작용하며,
한 투수가 가벼운 공과 무거운 공을 함께 구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