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국가기밀 이등병

敎當 2010. 3. 30. 09:53

어느새 아들이 군대간지 어느덧 2개월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내가 군대 입대 한 것이 82년 이었으니 그럭저럭 30년이 지난

지금의 군의 모습은 정말이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입대 하자 미리 자대배치 현황을 문자로 발송해 준다던지

자대배치 후에도 군 간부가 아들의 안부를 전화를 통해서 전해 준다.

예전에는 꿈도못꾸던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이등병인 주제(?)에 집으러 일주일에 몇 번씩 전화를 건다.

군에 보낸 후 처음으로 직접 듣는 아들의 육성이 반갑고 놀라웠는데

이제는 군 생활에만 매진하고 전화 좀 줄이라는 경제성 충고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달 통화료가 5만원 정액이라는데 벌써 떨어졌다니

아들놈이 보기 보다는 수다쟁이(?) 인가 보다.

아들은 친구와 동반 입대를 했는데

같은 동기들은 이미 다 면회를 와서 외박을 나갔다 온 터였기에

2주 전부터 벼르고 별러 3월 27일 면회를 갔다 왔다.

이등병의 외박이라........

사실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광고 방송에도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자유 분망할 이십대에 군에 갖혀(?)있으니 답답함이야 말로 어찌 다하겠는가 만은

사실 우리 군 생활 시절(이런 얘기 하면은 세대차이 난다고 따돌림 당하는데.........)에 비하면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도 사람사는 곳이다 보니 애로사항이 다 있기 마련이다.

이등병과의 외박이다 보니 수시로 부대에 위치·상황 보고를 해야하는 번잡함은 피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동 카메라에 내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고되는 격이 되어 버렸다.

옛날 내 군 생활 시절에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하면 단연 짜장면이었다.

그땐 그것이 유일한 고급(?) 음식 중에서 비교적 서민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짜장면 보다 조금 나은 것이 볶음밥 정도 였고

돈가스정도면 진짜 호사스런 음식에 속하던 시절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아들 녀석도 그럴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뭐가 먹고 싶냐는 말에 파닥이란다.

그리고 제과점 빵과 제대로 된 햄버거라니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음식도 먹고 같이 목욕탕에 가서 때도 밀고 하니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사실 아들 녀석과 같이 목욕탕에 가서 등을 때 타올로 밀어주고 밀리고 할 때가

자식 키운 보람을 느끼는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한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몸무게가 나보다 많이 나가서 살 좀 빼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이젠 나보다 덜 나간다.

얼굴살도 빠지고 하니 제법 장정 냄새가 난다.

어찌되었건 강호동의 1박 2일도 아니고 아들과의 1박 2일은 너무 짧았다.

아들 같은 부대원들에게 줄 빵을 양손 가득 쥐어주고 부대로 복귀시키는 아들을 보면서도

별반 서운하거나 안스러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곳이 지금은 아들이 있어야 할 자리이고

유사이래로 항상 남자라면 누구나 해왔고 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피부가 약한 관계로 손이 갈라져 약을 먹으며 고생하는 아들을 보니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하지만 강원도라 공기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다.

손바닥이 갈라지고 허물이 벗겨지는 이유는 면역 체계가 교란을 받아서 그런 것인데

맑은 공기와 규칙적인 식습관 꾸준한 운동이야 말로 최선의 치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작전·교육 행정을 맡아 보았던 나에게 아들 녀석은

자기와의 대화 내용은 기밀사항이니 절대 얘기하면 안된단다.

일반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비행기 앞에서 찍은 자기사진도 공개되면 안된다고 신신 당부를 한다.

이등병 작대기 하나처럼 곧고 굳세게 군 생활 잘하고 있다가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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