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남자가 되는 길목

敎當 2010. 2. 26. 10:54

어느덧 밝아왔던 경인년 새해가 2월의 마지막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월은 십대에는 10Km로 다리고 20대에는 20Km로.......50대에는 50Km로 달린다더니

그 말처럼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들이 1월에 친구와 함께 군에 동반입대 했는데

훈련을 마치는 시간도 어느덧 오늘로 다가왔다.

전방에 떨어져 훈련받는 관계로 추운 날씨에 고생하지 않는지

요즈음 처럼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고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군에 입대를 하면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거기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군수품이 지급이 된다.

그러면 시회에 있을때 입고 갔던 옷가지며 신발 등은 집으로 소포로 배달을 하는데

이때 편지도 같이 써서 동봉을 한다.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녀석은

세수할 때 더운물 안 나오는 것 빼고는 아직 할 만 하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이제 군대생활 시작도 안했는데 할 만 하다니....흐흐흐

올 해 아들 없는 명절은 왠지 쓸쓸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녀석이 명절에 전화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군 내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한 것 같은데 훈련병 시절에 집에 전화를 할 수 있다니

군대 좋아지긴 많이 좋아졌나 보다!

젊은 시절 쬐끔(?) 남자다운 기백이 있었는지 한번도 군대를 기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송별회를 하던중 술 마시다 말고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빡빡 밀고

다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기억이 새롭다.

3년간 군대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옷도 주고 용돈도 주는 조건으로 스카웃 되었다며

되지도 않는 유머로 부모님께 씩씩하게 군대에 다녀오겠노라고 말하고 떠났던 군대를

아들이 20 여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내가 있었던 자리를 지키려 떠났다.

아들이 군대를 가고 보니

예전에 위로 딸만 내리 셋을 낳았다가 나이 마흔에 겨우 얻은 아들이

당신 나이 60이 넘어서 군대를 갔으니

노심초사 하였을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늘그막에 얻은 자식이 항상 남보다 더 뛰어나고 잘나기를 바라셨던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밖으로 돌았던,

밖에서는 그래도 제법 똑똑한 아들이었지만 집에서는 항상 어리게 보였던 지난날을 생각하니

이젠 내 아들에 대한 기대는 평범하면서 모나지 않은 아들이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다보니 때론 자부심도 있지만 때론 너무 힘들때도 많다.

가장 평범한 인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용맹했던(?)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나이 먹어 내가 겨우 깨달은 진리인데

어찌보면 아직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매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내 인생인가 보다.

인간의 삶도 부모에서 나에게 나로부터 자식에게 끊임없이 이어져 돌아가는

삶의 무게에 눌린 수레바퀴 일지도 모른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오늘 철원에서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는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원래 좋고 나쁨이 없으니 전방이면 어떻고 후방이면 어떠냐.

보직의 좋고 나쁨도 탓하지 말고 모든 걸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열심히 군대생활 하다가 몸 건강히 제대하길 바란다.

그리고 차마 아직까지 하지 못했던 말

“아들아! 사랑 한다!”

이 땅을 지키는 모든 군인들이 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삶 그리고 이야기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수(1)  (0) 2010.04.01
국가기밀 이등병  (0) 2010.03.30
새해에는  (0) 2010.02.12
입춘(2)  (0) 2010.02.04
입춘(1)  (0)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