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백수 같은 생활이 좀 길어지다 보니
바보상자라는 TV가 어느덧 친근감있게 다가와 있었다.
그래 시간이 있다 보니 본방이든 재방이든
여러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아! 물론 하루 종일 TV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거 TV모니터요원 하라고 해도 잘 할 것 같아서
이쪽으로 또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흐흐흐)
누가 방송국에 강추해 주시길...........
「세상에 워째 이런일이」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유희열이라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여성분이
워째 이런일이 사연의 주인공이 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나와
꽃다운 나이 19세에 완전히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했으니
이런 프로를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신이 있다면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불교에서는 전생의 업보에 의해서 이생에 그리 났다고 하지만
전생의 업을 잊어버린 현생의 나(우리)는
일견 억울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으리라.
더구나 사고가 숙성되지 못한 어린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그 보살님은
유머까지 갖추고 있는 숙녀로 자라나 있었다.
손과 발이 부자연스러운(거의 못쓰는) 그 보살님은
입으로 봉을 물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이때 피디인지는 몰라도 질문을 한다.
“입으로 하면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아니 입으로 봉을 물고 찍어서 컴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느냐 하심은
보는 사람도 불편한데 진짜 어리석은 질문이다.
이때 대답은 각본에 짠 것처럼
“아뇨, 불편하지 않아요” 였다.
이때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이 답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은
일반인이 입에 봉을 물고 컴을하면 당연히 불편하겠지만
유희열이란 보살님은 손으로 하는 컴퓨터는 너무 불편해서
글자 몇자, 아니 한자 쓰는데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아마 평생을 걸려서 한자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는 일상이 누구에게는 특별한 일이 되고
누구에게는 특별한 것이 누구에게는 일상이 됨을 우린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남들도 당연히 나와 같겠지 하는 생각
이 생각이 오해를 낳고, 오해는 대립을 낳고, 대립은 불신을 낳고..........
결국은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으로 하는 일이란
먹는 일을 빼고 나면 구업 짓는 도구로 활용하지만
이 보살님은 모든 것을 입으로 할 수 있기에 신의 입이란다.
신의 입과 구업의 입
같은 것으로 이리 다르게 쓰임은 결국 내 마음에 달렸다는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어 왔지만 실천은 잘 안되는
마음으로 귀결이 된다.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다만
빨리하느냐 천천히 하느냐의 차이란다.
입으로 글씨 쓰고, 그림 그리고, 컴퓨터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몸의 장애는 물론 마음의 장애는 없는지
한번 더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TV가 오늘 만큼은 바보상자가 아니라 부처님상자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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