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도인과 선사

백졸스님 이야기

敎當 2015. 12. 1. 15:16

가을이 다 끝나갈 무렵, 천년의 고도 경주를 거쳐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고도의 도시답게 편안하고 넉넉한 느낌이 드는 경주에서 한분의 노스님을 만나뵙고는

곧바로 달려간 부산에서 고희의 연세에도 젊은 수행자 못지 않게

열심히 홀로 수행정진하고 계신 한 노스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어서들 오세요. 많이 기다렸죠?" 

뒷산을 포행하고 돌아오신 스님은 볼에 옅은 홍조를 띄고 활짝 웃으셨습니다 

인터뷰를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셔서 좀 걱정을 했던 것과는 달리

스님께선 일단 말문을 여시자,너무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출가의 길을,

스승인 성철스님과 인홍스님이야기를, 공부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셨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씩씩한 음성으로

", 다음 생엔 우리 도반합시다!" 하셨던 말씀 앞에 자신 없이 '!'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부산에선 이틀 동안 무려 네분의 스님을 만나뵙고 돌아왔는데,

언제나 그런 것처럼.. 한 동안 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삶 앞에서 서성거렸습니다.

부산의 한 사범학교에 다니던 열 일곱 소녀 하나가 호기심으로 눈빛을 빛내며 스님 한 분에게 묻습니다.

어머니를 따라서 몸이 편찮아 잠깐 병원에 다니러 온 도인을 만나뵈러 온 참이었습니다.

 

스님?”

?”

산에 가면 조용하지요?”

.. 산에 가면? 안 조용하다.”

“?”

물소리 바람소리.. 시끄럽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굉장한 도인이라고 수군대던 그분에게 이 당돌한 소녀는 자꾸 묻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물어대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성철스님은

등가의 원리에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를 대입시켜 불교를 설명해줍니다.

질량은 유의 세계이며 에너지는 무의 세계인데,

이것이 같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소녀는,

마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다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 멋있겠구나!’ 하고 감탄을 합니다.

 

스님?”

와 또 부르노?”

그래서 공부가 다 되면 어떤데요?”

 

초롱초롱한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궁금한 것을 죄다 묻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도인이 대답합니다.

.. 그게 궁금하노? 그건 말이다. 눈을 감고 자도 백촉 짜리 전등 켜놓은 것 마냥 환하다..”

그리고 소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말씀 하나를 던집니다.

얘야.. .. 좋은 것이 있단다.. 한 길만 가면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책을 펴고 앉아 있어도 그 성철스님의 커다란 눈망울만 떠오릅니다.

광채로 환하던 그 눈빛... 그리고 그 말씀이 자꾸 떠오릅니다.

얘야. .. 좋은 게 있다.. 한 길만 가면.. 한 길만 가면.”

열일곱 소녀가 일흔 살의 노승이 되어 그때를 이렇게 추억하십니다 

그때, 입도 크시고 윤곽이 분명하니까.. .. 좋은 게 있다고 하실 때 너무 실감이 났어요.

.. 좋은 것이 있다고 하시는데, 스님이 그렇게 좋다는 데가 어딘고? 자꾸만 그것이 내 마음에 뭉클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참.. 환하다는 말씀에도 너무 좋았어요.”

 

사범학교에 다니는 동안 성철스님이 계신 곳을 찾아가 공부를 물으면서

 화두를 풀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린 소녀는 졸업을 하자마자 집을 나옵니다.

공부를 더해서 의사가 되고도 싶었고 교육자의 길을 걷고도 싶었고, 또 시인이 되고도 싶었던 유복한 집안의 꿈 많은 소녀는

이 길이 정말 행복하고 싶은 사람에겐 적격이다싶어서,

집에다가는 한 일주일 산사에 가서 공부를 좀 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곤 마음이 잘 맞는 동무 하나와 함께 우리 본격적으로 공부 한번 해보자!“ 하고는 해인사 청량사로 들어갑니다.

 

화두를 놓치면 살아 있으면서도 송장과 같다.”

스승이 일러주신 이 말씀 하나 품고 머리를 기른 채 산사로 들어간 것입니다 

살아있으면서도 송장 같을 수야 없지. 살아서 송장노릇하면 이건 마이너스 인생이다.’,  

이렇게 되뇌이면서 소녀는, 여름 안거를 시작한 여러 스님들 틈에 앉아 화두 하나에만 몰입합니다.

배고프면 여름에 보리쌀 쪄놓은 것을 눈치 없이 집어먹고,

밤에는 졸지 않으려고 행선하면서 달빛 아래에서 감자를 파먹기도 합니다.

 

삶아놓은 보리쌀이 다음 날 양식인줄도 모르고 막, 먹었어요.

지금도, 너무 절집에 대해 문외한으로 산 것이 같이 살았던 분들께 미안합니다.

이 공부만 하면 절대 행복이 이뤄진다는,자신만만한 생각뿐이어서 브루도저식으로 밀고 나갔죠..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큰방 규율도 무시한 채 들고간 가방 하나 던져놓고 아무 데나 앉았죠..

너무 모르고 당당하니까.. 아무도 그러면 안 된다는 소리를 안 했어요..”

 

잠이 들어도, 꿈을 꾸어도 공부가 되어야 하는 거다. ”

 

스물네시간 잠을 자지 않으며 스승이 일러준 화두를 참구하던 소녀는

과연 꿈속에서도 스승이 말한 그 공부(화두)가 여여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곤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정말로 잡념없이 깨어있는 공부에 도전하는 것을 평생 과제로 정합니다.

화두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잘라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글을 쓰고 책을 보고 또 하고 싶은 공부들은 두 번째 세 번 째 순서로 밀려납니다.

 

소녀는 3개월의 안거가 끝나자 곧바로 태백산으로 들어갑니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얻어놓은 집엔 몇 차례의 연장 휴가 서신을 보내놓았지만,

혹여라도 찾으러 올까봐 부산의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 것입니다.

 

태백산의 암자엔 스무 명 남짓의 스님들이 겨울 안거를 나려고 모였습니다.

그리고 밤을 밝힌 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의 수장이 오십고개를 넘기지 않고 일대사를 해결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앉아 있었으니

나머지 대중들은 절로 힘이 났습니다.

소녀는 공식적으로 주어진 취침시간 네 시간 동안도 자지 않으려고 문지방에 머리를 대고 눕습니다.

누군가 화장실에 가려고 문을 열면 깨려고 한 것이지요.

눈이 반듯한 사람들과 앉아 있는 것이 소녀는 무척이나 기쁘고 공부하는 데 힘이 되었습니다.

서로 마주 앉아 혼침에 든 동료를 깨워주고,

잠깐의 휴식 시간엔 잠에서 깨어나려고 달빛 서린 눈밭을 달리기도 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11시에 3시까지 네시간을 정해놓았지만 드러누워 자는 대중은 없었습니다.

조금 쉬다가 일어나 제 자리에 앉는 사람, 마루 끝에 앉아 졸음을 쫒는 사람, 눈밭을 달리는 사람... 마당가를 거니는 사람...

스승께 화두를 받으려고 밤새 절을 하는 사람들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이들을 떼어놓고 출가해 들어온 어머니 같은 스님이

소녀 앞으로 다가와 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이렇게 공부를 하려고 애쓰느냐?

세상에 살면서 고생을 해봤나, 애기를 낳아봤나, 풍파를 겪어봤나.. .. 기특하구나...”

 

소녀는 화두 하나에 딱 걸려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면 산모퉁이를 돌아서서 낙엽이수북한 곳에 혼자 앉아 가부좌를 틀곤 했습니다.

때론 외워놓았던 게송을 읊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 겨울을 참으로 멋지게 보내고 머리를 기른 채 이 절 저 절 공부하러 다닌지 3년이 지나자 비로소 출가를 결심합니다.

미적분을 푸는 것보다 단순하게 보였던, 그래서 금방 풀릴 것 같았던 화두는

3년이 되어서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이제 그만 삭발하고 은사를 정하라고 성화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소녀는 정식으로 스님이 된다는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저 몇 년 전 그렇게 멋지고 거룩하게 보였던 그 스승과

같은 머리에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모습을 한다는게 감히 용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큰 스승과 같이 어떻게 같은 스님소리를 듣겠는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삭발을 합니다.

 

출가를 결심하고 간 소녀와 그의 친구에게 스승은

두 사람 분의 법명을 지어 종이 써서 엎어놓고는 소녀에게 먼저 집으라고 합니다.

소녀가 종이 하나를 집으니 흰 종이에 '백졸(百拙)'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백 가지에 옹졸하다!

 

소녀는, ‘내가 백 가지만 못났겠나.. ’ 하는 생각에,

그리고 이름을 불러서 참회가 될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하고 원하던 터라

자신의 법명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글을 하시는 분이 듣더니, '이름이 너무 건방지구나, 백졸이면 만능이란 뜻이다' 라고 하시더랍니다.)

나머지 하나의 이름은 불필(不必)!

자동적으로 그 이름은 나머지 한사람, 즉 스승의 따님에게 돌아갔습니다.

제가 여쭈었습니다.

그럼 두 분의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불필의 뜻은 뭐죠?”

문자적인 설명을 넘어선 자리가 있죠..”

스님! 공부해보시니 깨친 경지는 어떻든가요?

 

여자라는 형색조차 벗어나고 싶어서 와이셔츠 아래를 잘라 입고 머리를 커트한 채 3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눕지도 자지도 않고 그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자리, 참 좋은 자리, 죽어도 살아있는 자리, 그 한 길을 가고자 삭발을 하고,

어느새 반 백년의 세월이 흘러 일흔살의 노스님이 된 그분께 제가 여쭈었습니다.

 

“365일을 꿈에서도, 잠자면서도 ,일상에서도 화두가 여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하시곤 출가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십니까? ”

얼마나 화두가 여일하시냐는 제 질문에,

한평생 스승이 일러준 길을 가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던 노 선객스님께서 답하셨습니다 

골인점이 보이는데, 다 정해졌는데 나아가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큰스님께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하소연도 많이 했습니다.

숙면일여, 몽중일여가 24시간 여일하고 그 삼매 정도가 10, 20년 이상 가야하는데... 안 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평생 하셨는데도요?”

아직도 99프로 안 됩니다.”

깨친 경지는 어떤 걸까요?”  

정말로 태양을 천 개 안은 기쁨이지요. 태양을 천 개 안아봐요. 얼마나 좋겠어요.

깨친 경지는 말로는 할 수 없는 겁니다.

 

빛밖에 없는 거예요..

안팎이 투명 자체로 다 보이는 거죠..

그런데 안 될 때가 훨씬 많아요...

저는 철없었을 때, 큰스님이 잠이 들었어도 환한 상태를 다른 표현으로 말씀해 주셨으면 했어요.

그게 듣고 싶은데 공부도 안한 주제에 여쭐 수도 없고, 깨치면 어떨까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요.

한 번은 제가 큰스님께 여쭈었어요.

큰스님! 육조스님은 어째서 그렇게 나무장사를 하시다가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그 한 구절 듣고 깨치셨습니까? ’ 하고 말이죠..

 

그랬더니 큰스님께서 

.. 몇 십 겁을 닦아 그렇다.’ 이러시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내생에 태어나면 나를 일찌감치 다섯 살쯤에 금생에 하던 공부를 탁- 밀어줄 수 있는 그런 스님을 만나고 싶어요.

학문도 허무한 겁니다.

작은 학문이지만, 눈이 어두워지니까 방안 온도조절기도 안 보여요.

그것뿐인가요? 나는 그런 공부에 투자하기 싫습니다.

어떤 분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 더 하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그 세월이 아까워요. 이 공부만 더 깊이 하고 싶어요..“

 

세상에... 그렇게 하셨는데도요?”

그렇게가 너무 값이 없는 거예요. 밥을 안 먹고 해봤는가, 잠을 안 자고 해봤는가, 

그게 오래 안 되는데 어떻게 해요?

먹여주어야 되고 잠자주어야 되니, 그렇게 해가지곤 할 수가 없지요.

큰스님처럼 잠도 잊고 먹는 것도 있고, - 밀고 나가야 되는데 그런 노력의 준비도 안 되어 있었던 거죠..

내 마음이 후련하도록 좀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요.

큰스님처럼 8년 동안 잠 안 자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런 연습이 안 된 것 같아요.“

 

저 멀리 골인점은 보이는데 너무 공부 안 되는 것이 기가 막혀서,

죽고 싶을 정도로 기가 차서 일주일 동안,

3분 단위로 시간을 끊어 잡념이 얼마나 지나가는가를 시험해 보았을만큼,

화두 하나에 한 생을 거셨던 스님께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내가 실제로 공부를 해보니까 무서운 자리예요. 무서운 자리가 있는 거예요 

그 다음에 그것에 도달한 사람들의 노력은 말로 다할 수가 없겠죠.

골인점이 보이니까 도전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3분도 잡념 없이 공부가 안되니, 얼마나 처참했겠습니까?”  

큰스승을 만날 원을 세우세요

 

성철큰스님께 그렇게들 많이 맞으셨다면서요?”  

성전암에 계실 때와 그 이전 시절엔 우리에게 밥도 한번 안 주셨어요.

우리들에게 밥을 주면 시자들에게 밥상이 다 날라갔죠.

철조망을 쳐놓으시고 우리에게 기왓장을 던지면서 내쫒으셨어요.

그때 나는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설움을 당해야하나.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누구는 쫒아내고 나는 왜 이렇게 쫒겨댕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는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돌아가면 더 분심이 나셨겠어요?”

그렇지요. 바로 그거예요. 돌아가면 더 분심을 내서 공부를 했죠..

다음에 갈 때는 당당하게 스님께 공부한 것을 말씀드리도록 해야지 하고는 3개월 동안 죽기살기로 공부하는 겁니다.

그랬는데, 세월이 가서 스님이 해인사로 오셨어요.

그러니까 밥도 주고 그러는 거예요.

그때, ‘.. 큰스님이 우리를 이렇게 격려하시다가 해도 해도 안 되니까 포기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탁- 드는 거예요..”

 

밥 주신 걸 그렇게 생각하신거예요?” 

우리가 사람을 가르치려고 할 때 그렇게 닦달하기가 쉬워요?

그 멀리서 왔는데 밥도 안 먹이고 쫒아내기가 어디 쉬우셨겠어요?.

밑에 스님들도 얼마나 고달팠겠어요.

어른 말씀대로 하려니까...

그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설움을 주어도 우리들이 제 자리이니까 포기를 하시지 않았겠어요?”

 

스승에 대한 존경의 염을 담은 스님의 말씀이 너무나 절절해서 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래서 겨우 한마디 했죠.

스님 생각이 평범하시진 않네요..”

그래요? 우리가 다 클 때까지 매질을 하고 이렇게 해주셨는데 우리가 기대에 못 미치니까

스님께서 교육방침을 바꾸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면목이 없었죠..

큰스님께서 늘,

돌아다니지 말라.. 말 많이 하지 말라... 적게 먹어라... 책 보지 말라..잠 많이 자지 마라라고 다섯가지를 말씀하셨는데,

실천이 안 되는 거예요.

공부인의 오계를 못지키니까 공부를 안 하는 거죠..

그러니 큰스님 앞에 가서 이야기 못하는 거예요.”.

 

고민이 없냐구요 

능엄경에 보면 망상을 폭포수와 비교해 놓았어요.

물이 한줄기로 촥- 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수많은 물방울이 있듯이 미세망상이 그렇다고 했어요.

없는 것 같아도 우리에겐 수십 전생의 디엔에이가 우글거리는 거예요.

그것을 정리하고 나서야 자유인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늙어서 공부하겠다, 다음 생에 공부하겠다 그런 건 너무나 어리석은 소리입니다.

습관이 잘 들어야 이 공부를 하게 돼요.

 

습관이 나쁘면 또 공부를 못하게 하겠더라고요.

좋은 시대에 부처님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은 인연이예요?

그 이상의 이론을 들을 수 없는 이론을 만나도 잠자는 습관, 책보는 습관, 이렇게 사람만 보면 이야기하는 습관,

이거 다 나쁜 습관이죠.

바보처럼 이거만 할 수 있도록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제 재주가 저를 죽이지요.

아예 소질도 없고, 바보처럼 해서 이것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세속에 살면서는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요?”

시간을 정해놓고 자기 수행일과를 계속해야지요.

그리고 우리가 산에 올라가려면 나침반이 필요하듯이 소의경전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 소의경전을 지표로 해서 육법전서로 판결하듯이 경계를 대입시켜야지요.

그리고 큰스승 만나길 원을 세워야 합니다.

스승도 합이 맞아야 하는 것이지만 큰스승 만날 확률이 참 어려운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원을 세워 기도해야합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보면

 무피여라’, 피곤하고 싫어하는 생각이 없게 하라라는 말이 있어요.

잠깐 좋은 일은 계속할 수 있지만, 이 공부를 계속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예요. .

그러나 이 공부는 화두와 잡념의 대결인 겁니다.

화두하는 시간이 많은가, 잡념이 많은가, 그것의 대결인거지요.

그러니까 해낼 수 있는 거예요..

이번 생에 못하면 내생까지 하겠다 하는 대단한 투쟁이죠.

치열한겁니다. 초를 따지고 하잖아요. 살벌하지요.“.

 

보통 근기 가지고는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영원한 행복 추구 아닙니까? 천년 만년 가도 부숴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는 겁니다.

생과 사를 초월하고 인천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자격, 우리 무의식 속에 그 실력이 있다는 겁니다.”

“24시간 화두 여일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게 어느 정도 되어야.. 부숴지지 않을까요?”

저는 원오선사를 사모합니다.

 

어느 책자에 보니까, 선사께서

나는 마음에 다른 이연(異緣:딴 인연, 망상, 잡념)이 없기가 십 년 계속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그때 내 등골이 오싹했어요.

부럽기도 하고 두려웠죠.

나는 왔다갔다 하는 처진데, 십년 동안 꼼짝 않는다니 등꼴이 오싹 하지 않겠어요?

내가 정말 사모하는 자린데, 그런 피력을 해놓으신 거에요.“

 

그분이 부럽다시면서 스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십 년 되면 안 부숴지는 거지요.

만세를 뻗쳐도 언제나 그 자리라... 억 천겁이 지나도 이 자리라...

그 자리가 있다니까, 있다는 걸 아니까, 이렇게 안 자고 해보는 거지요. .

아무리 밤에 안 자도 왜 안 잤나, 이런 생각 없거든요.

우린 밤에도 시계보고 일어났다 앉았다 해야 마음이 괜찮고 몇 시간 푹 자고 나면 속았구나 이러지요. ”

 

이불을 떠날 리()자 부처 불(),

그러니까 우리가 밤새 따끗하게 덮고 자는 이불을 부처를 떠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평생사신 스님께

'그럼 스님은 이불 없이 사셨겠네요?” 하고 여쭈었더니 웃으시면서 대답을 하셨습니다.

있어요. (하하하...) 추우면 덮어야지.. 여름에 모기 오면 덮어야지... 아이들 포대기 같은 이불이 하나 있지요..”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던 인터뷰가 끝날 무렵,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새는 사람들이 책도 안 읽고, 학교도 직장을 위한 학교고 너무 각박한 것 같더군요.

다른 세계가 있나하고 추구할 줄도 알아야 할텐데, 너무 즉흥적이고 기다림도 탐구도 없이

생각나면 그대로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아요... 익힌만큼 동질만 보이는 겁니다.

우리 처사님(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머닌 살아계시는데 삭발시켜드렸어요.

내생에 스님 되시라고.. 머리칼 이것, 떨어뜨리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삭발해드렸어요.

이 공부를 해야 윤회에서 벗어나거든요.“

 

평생 화두 하나에만 지독히 힘을 쏟았는데도

공부가 모자라 삼매 정도가 1프로밖에 안된다는 노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채찍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스님은 고민 없지요?’ 그럽니다. 그러면 내가 내가 제일 고민 많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그래요.

수행자가 공부를 성취 못한 것 말고 더 큰 고민이 어디있겠어요?”

 

출가하고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간절하게, 힘있게, 확신을 가지고 수행에 임할 수 있는지...

노스님을 뵙고 오면서 다음의 시 한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

 

(출처 - 금강입문에서 성불까지 승진행님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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