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타훼(自稱他毁)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기 마련이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척도에 의해서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분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나에게는 30년 지기 친구가 있는데 이친구는 얼굴이 작고 머리카락이 아직도 검고 윤기가 흘러
얼핏보면 나이에 비해 훨씬 동안으로 보이는 그런 친구이다.
반면에 난 얼굴이 크고 적당히(?) 머리숱이 빠져준 관계로 얼핏보면 나이보다 상당히 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진짜 얼핏보면 나타나는 현상이고
자세히 보면 사람은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서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친구는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오래 착용한 관게로 일찍이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여있고 피부는 탄력이 없으나 나는 피부 좋다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주름은 거의 없는 편이다.
물론 학창시절엔 모든 면(?)에서 내가 조금 앞서갔던 편이었는데 그런 자신의 약점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만나기만 하면은 제 3자에게 “누가 나이가 들어 보이느냐?”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친구가 나이가 어려 보인다 하면은 당연한 것이고
내가 어려 보인다 하면은 제 3자 눈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그런 대화로 흐르다 보니
만남 자체가 짜증이 나서 한동안 몇 년 소원해진 관계로 발전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작년부터 다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안그러더니 다시금 예전의 외모 이야기가 만남을 거듭하면서
매번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에게는 없는 구레나룻의 흰색 수염까지 도마에 오르는 지경이 되어 버렸으니
예전 같으면 매섭게 몰아붙였을텐데 명색이 道 공부한다는 이유로 참다가
얼굴이 굳어지는 사태까지 발전하고 말았다.
하는 일이 잘 안되니 친구에게 풀려는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그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집착을 하는지,
젊어 보인다는 것하고 잘생긴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인데
누가 잘생겼냐는 질문은 한번도 하지 않음에 잘 참아 왔건만.........흐흐흐
세상에 잘난 사람은 얼마나 되고 그 등급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만남이 그리 허망한 시간이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세상에서 잘났다고 하는 사람의 부류중 으뜸은,
진짜로 잘나서 자기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잘났다고 인정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법이요 진리인 사람일 것이다.
둘째는, 상대방을 잘난 사람이라 칭송하고 그 부류에 같이 있음으로
저절로 잘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셋째는, 너나 나나 잘난 것도 없지만 못난 것도 없다고
상대방을 인정해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고 원만히 넘어가는 처세에 있는 정도의 잘난 사람인 것이다.
넷째는, 자칭타훼(자기를 스스로 높이고 상대방을 끌어 내림) 하는 사람으로
잘난 것도 없으면서 상대방을 깍아 내린만큼 자신이 올라서 있다고 착각하며 사는 부류인 것이다.
불교가 마음을 닦는 종교요 그 방법으로 하심(下心)하라 한다.
이 마음 하나 가지고도 두 번째의 자리까지는 단숨에 오르리라고 확신한다.
세 번째 자리도 원만행이니 그리 나쁜 위치는 아닌것 같고
자칭타훼의 자리는 불교와는 진짜 거리가 먼 삼악도의 자리쯤에 있는 것이니
내 자리는 어디쯤인지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
성불하시기를 발원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