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수월스님

도를 닦는다는 것

敎當 2017. 2. 27. 16:06

도를 닦는다는 것이 무엇인고 허니

마음을 모으는 거여. 별거 아녀.

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무얼 혀서든지 마음만 모으면 되는 겨.

하늘 천 따지를 하든지. 하나 둘을 세든지, 주문을 외든지

워쩌튼 마음만 모으면 그만인겨.

나는 순전히 천수대비주로 달통한 사람이여.

천수대비주가 아니더라도 옴마니반메훔을 혀서라도

마음 모으기를.., 워찌깨나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고 혀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맨큼 되는 겨.

 

옛 세상에는 참선을 혀서 깨친 도인네가 많았는디

요즘에는 참 드물어. 까닭이 무엇이여?

내가 그 까닭을 말한 것인게 잘 들어봐.

 

옛날 스님들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했으면

누가 와서 화두참선법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며 끝까지 가르쳐주들 않았어.

꼭 도를 통한 스님만이 가르쳐주었는디..

이 도통한 스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단 말여.

저 사람이 지난 생에 참선하던 습관이 있어서

이 생에도 저렇게 참선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 사람이 전생에 공부하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도를 통했으니께 환히 다 아실 거 아니여.

혀서 옳다. 이 화두였구나하고 바로 찾아주시거든.

그러니 그 화두를 받은 사람은 지난 생부터 지가 공부하던

화두니께 잘 안하고 배길 수가 있남.

옛날 사람들은 화두 공부가 잘 되지 않더라도 화두를 바꾸지 않고

나는 모자라니께 열심히만 정진하면 꼭 성취할 것이다.”

한생각으로 마음을 몰아 붙여 오로지 한길로만

애쓰다가 도를 통하기도 혔어.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게 아니여.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가지고 끝까지 공부혀야 하는디

이것이 꼭 밥 먹기와 매 한 가지여.

똑같은 반찬이라도 어떤 사람은 배불리 맛있게 먹지만

어떤 사람은 먹기 싫고, 또 어거지로 먹으면 배탈이 나는 뱁이거든.

공부도 마찬가지여.

염불을 열심히 혀야 할 사람이 딴 공부를 하니 잘 안 되는 겨.

 

한 집안에 천자 네 명 나는 것보다

도를 깨친 참 스님 한 명 나는 게 낫다.”

예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지.

만일 중이 되어 도를 통할 것 같으면 그 공덕으로

모든 조상영령들과 시방삼세의 중생들이

다 이고득락(離苦得樂)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으냐 말여.

 

이 세상이라는게 중이 되면

머리가 있고 없고 글이 있고 없고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여.

차라리 그런 것들은 없는게 훨씬 나아.

참으로 사람 되기가 어렵고 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 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사람 몸 받아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 겨.

 

부처님께서도

나도 너를 못 건져준다. 니가 니 몸 건져야 한다하셨어.

그러니 참 그야말로 마음 닦아가지고

니가 니 몸을 건지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이렇게 사람 몸 받고도 공부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다 쓸데없다. 어느 날에 다시 이 몸을 기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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