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도인과 선사

벽계정심선사

敎當 2016. 9. 20. 13:13

충북영동의 백화산 반야사 벽계정심선사 이야기

 

조선시대 불교가 탄압을 당할 때

벽계정심 선사는 머리를 기르고 속인 같이 지내기 위해서 과부를 얻어 사는데

부인은 1년을 살아도 과부요, 23년을 살아도 이름만 영감이지 언제나 남남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스님, 저는 갈랍니다.”

?”

이름만 영감이지 저는 항상 과부 신세를 면치 못하니 이래서는 더 이상 못 살겠소.”

그러면 할 수 없지. 그러나 3년 동안 밥해 주느라 수고를 많이 했는데, 그 동안 수고한 수고비로 이것이나 받으시오.”

하면서 은으로 만든 표주박을 내어준다.


부인은 그것을 받아 가지고 나오다가 동구 밖 샘물가에 앉아서

표주박으로 물 한 모금 떠서 마시고 팔자 한탄만 하다가

표주박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만 놓아둔 채 3년 동안

영감을 얻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아무도 살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생각해 보니 어차피 과부 신세 면할 길 없으니

다시 정심선사를 찾아가면 이름이라도 영감이니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 길로 선사를 찾아뵙고 인사를 올렸더니 내 다시 올 줄 알았소.” 한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 이유를 알고 싶소. 그러면 3년 전에 내가 준 표주박은 어찌 했소?” 하고 물으니 부인은 솔직하게 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자리에 가서 보시오. 아직도 그대로 있을 것이요.”

어째서요?”

내가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중이 되기를 5백번이나 하였는데

처음 중이 되면서 지금까지 남이 주지 않는 것은 가져본 일이 없었소.

그래서 그인덕으로 무엇이든 내 것이라 이름만 지어놓으면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요.”


그러나 부인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밑져봐야 본전이니 속는 셈 친다고 생각하면서 가서 보았더니

과연 3년 전에 자기가 버린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본 부인은 인과법칙의 이치는 털끝만큼도 어김이 없음을 확연히 깨닫고

다시는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잘 받들어 모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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