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배, 줄어드는 수명
<< 복부 비만 왜 위험한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정상인보다 2~10배 발생
산처럼 솟아오른 뱃살은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었다.
요즘도 우스갯소리로 '인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부 비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툭 튀어나온 배가 볼품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최신 의학이 복부 비만을 성인병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배불뚝이가 돼 버린 사람은 물론 슬슬 배가 불러오는 사람도 가끔 건강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뱃살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지만 그 뿐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복부 비만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경고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보라고 말한다.
옐친은 과거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대중 앞에서 디스코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댈 정도로 건강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심장병에 걸린 옐친은 대통령의 임무는 손을 놓은 채 요양 생활을 해야 했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질환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옐친의 병명은 '심근국소빈혈'.
동맥이 막혀 심근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으로,
왼쪽 가슴에 통증이 오는 협심증을 수반하고 증세가 오래 갈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비만 전문의들은 옐친의 증세가 바로 배불뚝이에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지적한다.
복부가 비만한 사람들에게 옐친의 심장병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증세다.
지방질이 넘쳐 날 때 남성은 주로 배에 살이 찌고, 여성은 엉덩이에 살이 찐다.
그래서 복부 비만을 남성형`중심형비만이라고 하고, 엉덩이 비만을 여성형`말초형 비만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여성도 폐경기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그때부터는 배에 살이 찐다.
한가지 알아둘 점은 복부 비만은 '똥배'와 구분된다는 사실.
복부 비만은 명치 아래 배꼽 주변의 상복부가 불러오는 것이지만
'똥배'는 대장에 가스가 차거나 변괴가 쌓여 배꼽밑 하복부가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같은 복부 비만이라도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피하(皮下)형과 내장(內臟)형. 피하형은 복강밖 배의 피부 밑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즉, 복강과 배의 피부 사이 두께가 두꺼워지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반해 내장형은
위 주변의 막인 대망과 복강 내부 내장 사이를 가르는 장간막에 지방이 쌓여 살이 찐 것을 말한다.
피하형은 주로 성장기에 생긴다.
때문에 복부가 비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피하형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내장형은 30대 이후 성인들에게 나타난다.
성인병과 관련이 깊은 것도 바로 이 내장형 비만이다.
팔, 다리 등 신체의 다른 부위는 살이 없고 가냘픈데도 유독배에만 잔뜩 살이 쪘다면 바로 내장형이다.
내장형과 피하형은 단층 촬영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번의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 사진을 보면 피하형은 신체의 겉면을 따라 두껍게 지방질이 붙어 있는데 반해
내장형은 뱃속에 뭉툭하게 지방질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자신이 내장형으로 나타났다면 그때부턴 뱃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성인병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의 특징 'X증후군'
과연 배가 어느 정도가 커져야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할 수 있을까.
복부비만은 대체로 허리(waist)둘레와 엉덩이(hip)둘에의 비율(W/H)로 측정한다.
보통 선 채로 숨을 내쉰 상태에서 측정한다.
기준은 나라에 따라 조금다르다.
미국의 경우 남성은 0.95 이상,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고,
유럽에서는 남성은 0.9,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그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 의사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남성은 1.0, 여성은 0.9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부 비만은 구체적으로 성인병과 어떻게 관련될까.
연세대 의대 허갑범교수는 나무 그림을 그려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를 설명했다.
운동 부족과 과음 .과식,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에 따라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뿌리를 형성하고,
고인슐린혈증이라는 기둥을 타고 고혈압, 당뇨병, 이상 지질혈증 등의 성인병이 생긴다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질병은 동맥경화증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세 가지 질병은 'X증후군'(신드롬 X,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복부 비만이 성인병으로 발전되는 메커니즘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내장형 비만은 복강내 대망과 장간막에 지질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대장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지방질(중성 지방)을 쉽게 축적하고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뱃살은 쉽게 불어나고 핏속에도 잘 녹아든다.
지방질이 핏속에 녹아들면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지방질이 뱃속에 쌓이다가 일정 정도를 지나게 되면 눈에 안 보이는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성인병의 씨앗이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핏속에 지방산이 높아지면 그 첫 반응으로 말초조직(근육.지방세포)에서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인슐린은 신체의 각 세포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산이 높아지면 세포는 포도당 대신 역시 에너지원인 지방산을 받아들인다.
인슐린에 의한 포도당 유입이 방해되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일컫는다.
바로 이 인슐린 저항성은 각종 성인병의 뿌리를 형성한다.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포도당이 소비되지 않으면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췌장의 β세포가 자극돼 포도당을 소비하기 위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즉, 핏속의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이를 '고인슐린혈증'이라고 부른다.
성인병의 기둥에 해당한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면 신체에 여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신장의 염분 배출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 박동이 촉진되거나 혈관이 수축된다. 즉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첫 번째 줄기인 고혈압이 생겨나는 것이다.
만약 개인에 따라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는데도
인슐린 분비를 맡고있는 β세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 나타난다. 이것은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두 번째 줄기에 해당한다.
복부 비만은 이상지질(脂質)혈증이라는 세 번째 줄기도 만들어 낸다.
이상지질혈증이란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것.
즉, 핏속에 중성 지방 수치가 올라가면서 혈중 HDL(고비중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내려가고
VLDL(초저비중지단백)의 수치가 올라간다.
의사들은 HDL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말한다.
HDL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붙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부 비만 증상자들이 이들 질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높아질까.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가 칼로 자르듯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의학 연구 보고들은 비만인들의 성인병 보유 율이 정상인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내장형 비만이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의 20%를 넘는 비만 군의 고혈압 발생 빈도는
정상 군의 3배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중을 5kg 감소시키면 수축기 혈압은10mmHg, 확장기 혈압은 5mmHg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의 경우 일반적인 비만은 정상인에 비해 4배 이상 발생 빈도가 높고,
특히 복부 비만의 경우 그 발생 위험이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벨트 한 칸 늘어날 때 수명은 1년 단축"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은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동맥경화란 동맥에 지방이 축적돼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피가 흐르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
특히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지방질이 끼고 좁아지면 협심증을 일으키게 되고,
심할 경우 심근경색증이생겨나는 것이다.
혈압이 올라가면 높아진 혈압을 견디기 위해 혈관의 막이 두꺼워진다.
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내막, 중막, 외막 등 3개의 막 가운데
내막과 중막사이에 지방질이 침착해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것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이는 반대로 혈압을 더욱 높아지게 하는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지속되면 LDL(저비중지단백)입자에 성상(性狀)변화가 나타난다.
즉, LDL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밀도가 높아지는것.
이것은 혈관에 축적되기 쉬운 형태로 변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복부 비만의 경우 심근경색증의 발생 빈도는 정상인에 비해 2.5배 높다고 보고돼 있다.
복부 비만은 이밖에도 지방간, 담석증, 통풍 등의 원인이 된다.
지방간이란 중성 지방이 대망이나 장간막 대신 간에 축적될 경우 생기는 것.
우리 나라에서 초음파로 진단한 지방간 환자 가운데 60%가 비만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영동 제일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규래씨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 이상의 열량 섭취를 1단계라고 한다면 복부 비만은 2단계입니다.
만약 2단계를 그냥 방치한다면 3단계인 성인병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미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 받은 사람은 허리 벨트가 한 칸 늘어날 때마다
생명이 1년씩 단축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소주 석잔이 밥 한 그릇"
복부 비만은 어디서 오는가?
과음.과식과 운동 부족이 비만의 주범이다.
복부 비만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의문은 왜 배에만 살이 찌느냐는 것이다.
팔과 다리, 가슴 등 다른 곳에 살이 찐다면
배만 볼록 튀어나온 것에 비해 훨씬 모양새가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남성의 신체는 남성호르몬의 특성 때문에
과잉 에너지를 지방화해 뱃속에 쌓아 두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성질을갖고 있다.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남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진 폐경기 중년여성에게서
유독 뱃살이 도드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복부 비만 중 내장형 비만은 뱃속에 지방질이 끼는 것을 말한다.
내장사이를 가르는 장간막, 그리고 위와 다른 장기를 가르는 대망에 지방이 축적되어 배가 불어난다.
그 이유는 뭘까.
같은 비만이라도 성장기에는 지방세포의 숫자와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특징이지만
성장이 완료되면 체중이 늘어도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지 않고 크기만 늘어난다.
또 같은 지방세포라도 신체 부위에 따라 각기 특성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뱃속 대망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지방을 축적하고 또 쉽게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섭취한 열량 가운데 쓰고 남은 것이 지방으로 전환돼 뱃속 장간막과 대망에 축적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 지방산이 늘어나면 포도당 소비가 줄어든다.
그것은 자연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되고,
인슐린은 혈관 내벽에 존재하는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라는 효소의 활성을 증강시킨다.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는 중성 지방을 분해해
3개의 지방산과 1개의 글리세롤 분자로 만드는 효소로 지방산을 세포 속에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효소가 주로 복부에 자리잡는 게 남성 뱃살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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