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오랜만의 장기산행

敎當 2023. 6. 19. 15:31

올 초만 하더라도 명현현상 때문인지 다리에 힘도 없고 피로감도 금방 느껴져서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남문까지 가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라 중간에 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남문까지 올라 가자마자 허겁지겁 벤취에 앉아 쉬었다가 간 이후로

무리한 산행을 피해 그저 북문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산행을 하게되었다.

예전에 지방 산행을 할 때는 3일 동안 연이어 3개의 산을 정상까지 올라갔었고 그래도 피곤 한줄 몰랐었는데

겨우 500m급 남한산성 올라가는데 피곤함을 느끼다니.....ㅠ

토요일 산행을 했는데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게 느껴졌다.

사실 요즈음 사무실 나가느라 거의 매일 하던 산행도 휴일에 몰아서 하다보니 오늘은 조금 멀리 가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도 있어 일단 산에 올라가서 상황에 따라 결정하려고 했는데

그날 컨디션은 괜찮은듯 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수어장대 인근 암문으로 빠져나와 마천동으로 향했는데 장마철이라 작년에 입은

수해복구를 한다는 안내현수막이 눈에 들어 온다.

날도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산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제법 많은 분들이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마천동으로 내려가서 위례 신도시를 가로지르는 고가다리 아래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날 아침 밥 생각이 없어서 간편하게 약과 2개와 쑥떡 3개를 싸가지고 왔는데

그늘 아래서 먹는 약과가 정말 약이 될 것 처럼 맛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성불사를 거쳐 가장 먼 코스인 푯말삼거리까지 가기로 했는데

저번에 내린 비로 인해서 작은 연못의 물은 그래도 다 마르지 않고 작은 물이나마 담아내고 있었다.

이 푯말삼거리는 마천동에서 횡으로 등산 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다.

여기서 위로 올라가면 서문쪽 옹성이 나오고 아래로 가면 하남 이성산성이 나오는 갈림길이다.

잠시 쉬면서 쑥떡 3개를 먹고 힘을 내서 다시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 본다.

날도 덥고 땀도 흥건하게 났지만 기분은 상쾌했는데 쉬엄쉬엄 코로 호흡을 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서문 인근의 암문에 다다랐다.

이 암문을 지나 우측으로 가면 바로 서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북문으로 향하는 길이다.

난 북문쪽으로 갔는데 북문을 지나 오른쪽 국청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국청사 인근에는 약수터가 있는데 갈증이 날때 이 시원한 물 한잔이 보약이다.

 

무더위도 잊게 하는 시원길 그늘길을 따라 산행을 하고보니 이날 약 3만 5천보를 걸었다.

근래에 가장 먼 곳을 걸었던 기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오래 걸어서 그런것인지 일요일 아침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아픈것이 온 몸이 뻣뻣하다...ㅠ

결국 일요일에는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종인 뒹굴거리며 쉬고 말았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많이 오래 걸었어도 다리가 아픈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다리 특히 허벅지에 쥐가났다.

마치 허벅지에 고통으로 투망을 치듯이 허벅지 안쪽으로 굵은 길인듯 고통이 오면서

점점 투망 끝처럼 은행잎마냥 고통이 분포하면서 퍼져나갔다.

허벅지 뒷쪽으로도 쥐가나면서 통증이 엄청나게 나타났는데 이렇게 쥐와 함께 극심한 통증은 처음이었다.

가부좌를 하고 기운을 돌려도 쥐가나면서 통증이 심해졌는데 저녁을 좀 잘 차려 먹으니 통증이 좀 사라졌다. 

요즘 통증은 전신으로 온다,

오른쪽 어깨 통증을 필두로 팔과 몸통 그리고 허리와 다리 발가락까지 안아픈 곳이 없다.

특하 발바닥은 마치 퍼즐조각처럼 일부는 감각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감각은 저린기운으로 가득하고

통증으로 인해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할 때도 있다.

마치 겨울에 냉방에 불을 넣으면 불기운이 들어간 곳은 따뜻하니 상태가 좋지만

불기운이 안 들어간 곳을 밟으면 차가웁고 기분이 안좋듯이

딱 그렇게 냉골인 상태를 밟고있는 상태인듯 아프고 시리고 저린다.

 

일요일 그렇게 뒹굴거리며 쉬었는데도 오늘 양쪽 종아리는 알 배긴듯 아프다.

몸통은 숨 쉴때마다 압이차고 심하면 통증으로 연결되는데 수련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다행(?)인 것은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통증과 병증이 부쩌 많아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증은 막혀있던 새로운 기운이 소통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통반응이라서 통증이 있다고 해서 안좋다고만 할 수도 없는데

어떤 때는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든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처음 산에 갔을때는 빨리 산행을 끝내려고 참 부지런한 걸음으로 걸었지만 지금은 코로 호흡을 하면서 걷는다.

그러니  처음에는 몇시간의 산행을 언제 끝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걷다보면 어느새 그끝이 오더라는 것이죠.

그러니 등산을 시작하면서 오는 고통도 없고 그 고통이 다함도 없으며 고통으로 인할 조급함도 없게된다.

 

언젠가는 이 고통스런 수행도 끝을 볼 날이 올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수련을 하면서 오히려 왜 그렇게 아프냐고 묻는다.

기수련을 한다고 해서 모든 수행자가 다 아픈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아픔을 느끼는 사람은 적고 못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런 통증을 느끼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고 선택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통은 그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온다고 하더니 진짜 딱 그렇다.

즉 그릇만큼 고통도 온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즐겁지 않은 고통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즐기면서 아픔을 견디고 수련에 정진 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