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어머니의 기일(忌日)과 제사

敎當 2023. 12. 7. 16:46

얼마전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50대에 풍이와서 죽을 고비를 넘기신 어머니는 몸에 안 좋다고 하는 음식은 철저히 가리고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셨기에 한쪽 팔과 다리를 조금 불편하게 사셨지만 그 이후 20년 정도를 별다른 탈 없이 지내셨다.  

누나가 네덜란드에 사는데 막내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누나네 집에 다녀온다고 하길래

장거리 비행이 몸에 안 좋다고 말렸지만 결국 갔다오시게 되었는데 이때는 네덜란드 한번 가려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해 가지 못했기에 빙 돌아가면서 엄청 장거리 여행이되었다.

하필이면 겨울에 가게되었는데 몸이 불편한 관계로 꼭 나가야할때는 휠체어를 타고 조금 이동하거나

평상시에는 아예 집에서 나오지 않는 여행아닌(?) 여행을 하고 오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어머니 생각에 그때 아니면 다시는 누나네 집에 갔다 올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있으셨던가 보다.

 

사실 어머니가 처음 풍이 왔을때 나와 남동생은 군대에 가 있어서 상황을 잘 몰랐는데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나서 장기간 혼수상태가 와서 집을 팔아 좋다는 병원은 다 가고 좋다는 약이나 침은 다 맞았는데

하도 여러가지 치료를 병행하는 바람에 어떤 것으로 효과를 봤는지 모르게 차츰 나아졌다고 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일은 젊은이도 힘들다는데 노인네가 그것도 몸이 불편한 상태로 비행기를 장시간 타면서

기력(氣力)이 딸렸는지 귀국하자 마자 얼마 안 있다가 재풍(再風) 이 와서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후 만 5년 넘게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사실 5년동안 살아계셨지만 사는게 아니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나서 1년 정도 후 부터 불교와 인연이 되면서 기수련을 시작했는데

한번은 상태가 악화되면서 병원에서 돌아가실 확률이 높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나는 어머니 몸에 기를 불어 넣어 주었는데 이것이 주효했는지 한번의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이때 저승사자(?)가 왔는지 어머니는 물러가라는 듯이 허공에 손짓을 하기도 했고

살아계셨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혼이 때론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번의 고비를 넘기고 한동안 무탈하셨는데 결국은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두번째 고비가 왔을때는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는데 코줄을 끼고 호스를 통한 유동식을 하시는 어머니가

말은 못하셨어도 정신은 또렸해서 고통을 그대로 다 느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느끼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지옥일 것이라서 이때는 그냥 보내 드리기로 했다.

나도 만약 몸에 문제가 생기면 연명치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마다 부모님 기일이 되면 누가 오던지 안오던지 상관없이 제사를 지낸다.

제사로 인해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와라 가라 하는 연락은 일체 하지 않는다.

저번에 딸이 지나가는 말로 요즈음은 제사를 안 지내는 것이 추세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제사를 지내냐고 한다.

여러분은 제사를 지내시나요?....지내신다면 왜 제사를 지내시냐요?

제 경우에는 귀신을 보고 느끼니까 귀신이 있음을 믿고 제사를 지냅니다.

불교에 귀의해서 처음 제사를 지내는데 그때가 아버지 기일이었는데요

제사를 지내는 도중 왼팔로 전기가 들어오듯이 촤르르르 하면서 무언가 느낌이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큰스님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 했더니 그런 경우가 또 오면 내 몸에 들어오신 분이 누구냐고 물어보란다.

그러면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사실 귀신을 보거나 느낀 것은 한두번이 아니라서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

 

벌써 한 7~8년 전의 일이다.

집을 얻으러 갔는데 집주인 아줌마가 건강이 안 좋다고 느꼈는데 결국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불교를 믿는 집안이라 49제를 절에 모셨는데 여러분은 49제가 소용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어느 절에 모셨는지는 모르겠지만 49제 동안 2번 집에 오시더라고요.

이렇게 느끼고 보는 관계로 제 경우에는 제사 열심히 지내게 됩니다.

사실 제사라는 것이 귀신이 없다면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왔겠습니까!

있으니까 귀신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인데 만약 이런것을 못보고 그래서 안 믿는다고 해도

형편이 어려워서 제사 모시기 힘들면 몰라도 가능하면 꼭 지내시길 바랍니다.

결국 그 음식은 내가 먹게 되는 것이라서

꼭 믿지 못하는 귀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 되기도 하는 까닭입니다.

다만 음식을 상다라기 휠 정도로 요란하게 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제가 먹고 싶은 음식 위주로 형편에 따라 간단하게 합니다.

시간도 꼭 자정에 하는 것이 아니고 평상시 저녁보다 조금 더 지난 시간에 지냅니다

또 유교식 제사가 아니라 불교식으로 간편하게 지내고 위폐 대신에 USB에 사진을 담아

TV화면에 띄워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사때 표식도 주시고 가끔 꿈에도 나왔는데 어머니는 초기에 아주 가끔 나왔습니다.

그것도 몸이 불편한 상태로 나오셨는데 언젠가는 몸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나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제사에서는 어머님이 표식을 주시라고 간원(懇願)하고 제사를 지냈는데

갑자기 등쪽의 기운이 막혀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행인 것은 그 막힌 기운이 금방 풀리는 것이 아마 어머니의 병기운도 많이 옅어진 듯 합니다.

매일 기도하고 수련 한 결괴인 듯 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번 제사에는 제철인 방어회를 몰렸습니다.

천지팔양신주경에 '사람이 좋이하는 것이면 귀신도 좋아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제사 잘 지내고 맛있는 제사밥 먹었으니 행복합니다.

어머니 제사를 핑게로 제가 먹고 싶은것 앞으로도 계속 먹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하시고 극락왕생 하셨기를 발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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