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가을을 품은 남한산성

敎當 2017. 9. 22. 12:31

가을은 오라고 해서 오고 가라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법칙이며 순환이며 약속인 것이라서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다.

이처럼 약속된 것이 잘 지켜지면 좋으련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사람의 속성인가 보다. 

고객과 기획부동산의 약속이 잘 안지켜지면서 이런 저런 마음 고생으로 인해

6월달부터 쉬었지만 어디 한곳 제대로 다녀본 곳이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나마 그런 와중에도 짬짬이 남한산성이라도 산행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성남 구시가지 남한산성 아랫지역을 못 벗어나는 이유가 남한산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ㅎㅎㅎ 


이제 제법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산을 타면서도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길 수 있었다.

산을 타기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 아닌가 싶다.

봄도 나름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지만 때론 눈이 녹으면서 땅이 질척거리기도해서 난 가을이 가장 좋다.

솔가지 사이로 보는 파란 가을 하늘은 여름바다 만큼이나 마음을 청량하고 평온하게 해 준다.  


길가에 흔하디 흔하게 핀 꽃이 이꽃이다.

예전에는 그냥 휙~휙 지나쳤을 정도로 길가에 흔하게 피어 별 볼일 없는 꽃이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다.

전에는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는지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작은 들풀이라고 해도 가까이 가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남한산성을 산행하다 보면 아주 작은 들꽃에 멋진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풍경을 자주 목격을 한다.

그때는 이런 아름다운 세계가 거기 있는줄 몰랐으니 그사람들 참 유별난 행동을 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분들의 세계를 이해 할 수 있게 되엇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데 세계를 보는 눈이 다양해서 이처럼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의상대사의 법성게에서 하나가 열이고 열이 하나라는 구절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꽃이 아름답다는데에는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나 편협한 시각이었는지 이 사진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가을단풍 또한 눈을 호사시키는 것들 중의 하나다.

이 단풍나무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바닥에 혹은 배경에 깔린 푸르름이 아닐까!

소박하면 소박한대로 화려하면 화려한대로 서로 어우러져야 그 빛을 발하나 보다.

온 세상이 이처럼 붉고 화려한 색만 있다면 이것은 더 이상 유별난 것이 아니고 평범한 것일 것이다.

그러니 어우러져 있을때 각자의 삶이 아름답고 빛나고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거여동에서 남한산성 서문으로 직통으로 올라오는 길은 가파르고 경사가 심하다.

이 코스로 오르다 보면 마지막 식당을 하는 집 작은 화단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화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비록 화단은 작지만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코스는 힘들어서 그런지 내려오는 사람은 많아도 올라가는 사람은 드물다.

한여름 힘이들때는 두번 정도 쉬고 정상에 올랐는데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한번에 오를 수 있었다.

저번 산행에서는 젊은 남녀가 나를 힘차게 추월해서 올라가더니 이내 지쳐서 쉬었다.

쉬었다 올랐다는 반복하더니 결국은 지쳐 한참을 뒤쳐져 올라왔는데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이 젊은 커플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같은 속도로 올라가는 나보다 빠른듯이 보였지만 결과는 내가 빨랐다...ㅎㅎㅎ

젊음은 패기가 있지만 나이 먹으니 경륜이 생긴다.


TV를 보면 기(氣) 눙력자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로 사람을 쓰러트리고 병을 고치고.....하는 것을 볼때 나는 언제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책이나 방송을 잘 안보는 편이다.

그런 눙력자 들을 보면 조급함이나 생길까 현재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어떤 방법으로 수련을 해서 그런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그사람에게 잘 맞는 방법이다.

오른쪽이 다 막혀서 죽을 정도의 기력뿐이 없었던 나로서는 처음부터 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방법이었다.

사실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다 때가 있는 법이라서 하려고 한다고 해서 바로 되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이 어떻게하던지 죽자살자 내 방식대로 하루 7시간 이상 수련을 해 왔다.

다행히 내 몸 어디가 막혀있는지 얼마나 오늘 수련에 많은 진전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

집에서 스스로 수련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따로 스승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꾸준히 하는 것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또 돈에 욕심부리지 않고 무작정 쉬면서 장시간 수련을 한 덕분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올 해 몸에 막힌 기운을 다 뚫을 수 있지 않을가 기대를 해 보면서 어디 조용한 산사에 가서

몇일 세상일 잊고 수련에만 정진하고 싶은데 아직 마땅한 곳을 못 찾았다. 

템플스테이처럼 번잡한 곳은 피하려고 하다보니 이일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것도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찾다보면 인연되어지는 곳이 있을 것이다. 

막히면 돌아가고 안 되면 기다리는 물처럼 마음 다스리면서 살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정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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