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2017년 6월10일 토요산행

敎當 2017. 6. 13. 16:14

중국발 황사로 인해 언제 푸른 하늘을 봤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다.

이젠 우리나라가 황사 아니면 미세먼지로 인해 뿌연 도심의 모습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이제는 특별한 날이 된 듯 싶어 씁쓸하다.

하지만 이날은 날이 너무 좋아서 기대반 설렘반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남한산성을 향했다.


구름한점 없이 맑은 하늘은 지금이 혹시 가을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남한산성은 장점이 너무 많은 곳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지근거리에 있고 울창한 소니무 숲과 역사가 있는곳이다.

특히 정상까지 이처럼 포장된 길이 있어 어린아이나 노약자 들이 대체적으로 편하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등산을 하는 사람중 혹자는 흙길 밟으로 왔는데 이런 인공적인 구조물에 못마땅해 할지 모른다.

남한산성은 산 자체가 흙산이라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아니며 따라서 험한 등산로는 없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잠간씩 급한 경사로도 있어 심심하지 않 산행길

한여름에도 그늘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숲 길이 주류를 이룬다.


산 정상에 오르는데 불과 30분이면 충분하고 산 정상에서 성을 한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산 정상인 수어장대를 지나 다시 서울 마천동쪽으로 하산을 했다가 서문으로 올라온다.

여기에서 마저 동문을 거쳐 남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던지 아님 서문에서 그냥 남문으로 직행 한다.

사실 산이라는 곳이 어디 한곳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먹고 돌기로 한다면 10시간인들 못 돌을까!

내 경우에는 보통 5시~6시간 거리를 선택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9시간을 걸은적도 있다.  

이 날은 현충일에도 산을 갔기 때문에 산보한다는 기분으로 수어장대를 목표로 정하고 갔다.


수어장대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이 소나무는 아마 한 100년쯤 되었을 것이다.

남한산성에 있는 소나무 중에서 내 기준으로는 10위 안에도 못 들 것이다....ㅎㅎㅎ


저기 보이는 것이 수어장대 건물이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수어장대 가는 길목 소나무 앞에 의자가 있어 반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분주히 오고가는 사람들 앞에서 잠시 명상하며 앉았다가 가려던 것이 1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남한산성에 자주 오다보니 수어장대는 그냥 지나치기 일수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동안 어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올라가 보았는데 수백년을 지키고 서있는 그 모습처럼

아무것도 바뀐것 없이 모두 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내 마음만 바뀌었나?.....바뀌길 바라고 있었나? 


아주 오래된 향나무인데 고사되지 않고 이 가뭄에도 잘 자라고 있다.


금으로 치면 군대 연병장이었던 다소 황량한 수어장대와 달리 담장 밖으로만 나와도 눈이 호강을 한다.


벗꽃나무 열매인듯 한데 보리수처럼 붉던 열매는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산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있었지만 열매가 너무 작아 사진은 찍었는데 통~~~과

지금은 한창 산딸기도 익어가고 산 정상에 열린 개복숭아는 큰 것들은 다 따갔는지 작은 열매만 겨우 달려 있었다.

머루도 가물어서인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린듯 한데 길가에 열린 것은 없고 숲으로 들어가니 조금 보였다.]

아직 파란 것이 더 뜨거운 태양을 받고 몸을 달구어야 하나 보다...^^ 


저기 제2 롯데월드가 보이고 그 뒤로 한강과 더불어 남산타워가 보인다.

육안으로는 남산타워 그 뒤 저 멀리까지 보이기는 하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서..ㅎ


남한산성 바로 아래 위례신도시가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군부대와 그린벨트라 건축자체가 금지되었던 곳인데 신도시라니...ㅎ

지금은 군부대였던 자리마저 철거를 진행중이다.

얼마 전에 군 법당이 철거가 되었다.


사진에서 가까운 곳에 보이는 이곳은 현재 성남시 중원구의 모습니다.

사진 저 뒤편으로 멀리 보이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이다.

빼곡하게 집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대낮에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졌던 곳이다. 


수어장대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 앉아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수어장대를 돌아 하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들의 대화중에 <산딸기> 라는 단어에 그래 지금이 산딸기 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길을 바꿔 서문을 지나 성 밖으로 해서 수어장대쪽으로 돌아나오는 단초가 되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이런 말 한마디에 이처럼 바뀔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났다.


지금 성 밖에서는 이런 꿏들이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었고

꽃을 누비는 벌들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전쟁, 자기 자신과의 삶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나무로서의 삶은 다 했을지 몰라도 등산객에게 휴식의 자리를 내어준다.

죽었던지 살았던지 버릴것 하나 없이 아낌 없이 주는 것이 나무인듯 싶다.


3개의 꽃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듯이 줄지어 활짝 피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보게되는 꽃이지만 이름은 모른다.

이름을 모르면 어떠랴, 봐서 정겹고 만나서 반가우면 그만이지....^^


나무가 뇌가 없다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인간의 오만이고 착각이다. 

무생물에서도 기운이 나오는데 생물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얼마 전에 식물들 끼리만의 언어가 있어서 서로 소통 한다는 과학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뇌로만 생각을 한다는 것은 식물을 이해 못하는 또 다른 편견일 수 있다.

강렬한 햇볕을 피해 나뭇잎 아래  옹기종기 열매가 모여 있다.


한철을 지키다 가는 꽃 뒤로 수백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켜내고 있는 성벽이 있어 대조적이다.

하지만 성벽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꽃은 모습을 바꿔가며 지키는 것이다.

인간이 백년도 못 살지만 수천년을 모습을 바꿔가며 지키고 있는 것처럼...() 


꽃이 아름답지만 이처럼 같은 계열의 색 속에서 나는 식물도 아릅답다. 

나에게만 아름답게 보인다고 해도 아름답고 싱그런운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가지런한 성벽 사이로 삐죽하게 나온 돌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 이처럼 튀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내 모습같아 정이 갔다.

들어갈때 들어가고 나올때 나오면 순조로운 삶이 될텐데 한결같이 나와있으니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언제든지 정 맞기 딱 좋은 삶이다...ㅎㅎㅎ 

사실 비바람에 맞아 둥글어지나 정 맞아 둥글어지나 결과에 있어서 차이는 없다.

처음부터 정을 댈 수 없는 돌은 아예 정을 대지도 않을 것이다.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어느새 밤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는 물고기가 산란을 하는 시기다.

아마 밤 꽃이 피는 시기에도 뭔가 이뤄지거나 해야하는 것이 있을텐데...가령 모내기철이라던가...ㅎㅎㅎ

물 샐틈 없이 짠 그물도 빠져나가는 것이 있고

아무리 숲이 우거져도 내리쬐는 햇살은 막지 못하는듯 싶다. 

숲길 사이로 햇살이 호위하듯이 서 있다. 

여러분의 앞길에도 이처럼 햇살 가득한 삶이 이뤄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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