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2017년 4월 15일 토요산행

敎當 2017. 4. 17. 14:02

한주에 하루는 꼭 산행을 해야 일주일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

마침 날씨도 너무 좋고 봄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따가운 날씨였지만

화사한 꽃들이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목에 서서 반겨주니 한결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난 토요일에도 산행을 했는데 길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글을 써서 봄이 오는 소식을 알려야지 했지만

뭐 그리 한 것도 없이 훌쩍 일주일이 지나면서 그 사진들은 그냥 추억 속으로 묻어두게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사실 별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 훌쩍 자란 나뭇잎이며 꽃이며 봄볕들이 몰라 볼 정도로 훌쩍 변해 있었다.

 

 

처음 반겨준 녀석이 바로 이 <돌배나무>꽃이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라는 싯귀절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순백의 꽃

저번에는 그 존재감도 느끼지 못했는데 나 좀 봐 달라는 것인지 너무 순수하게 피어 있었다.

 

 

복숭아꽃인데 복숭아도 그냥 복숭아가 아니라 <개복숭아>....ㅎㅎㅎ

먹을게 별로 없어 그다지 환대받지 못하던 것이 개복숭아인데 효소로 담으면서 그 효능도 알려져

복숭아가 열리기 무섭게 다 따가는 사람이 있으니 꽃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이 개복숭아를 평창 절에서 처음 먹어보았는데 익은 것은 맛이 일품이었다.

개북숭아는 먹을 것이 없다는 것 또한 편견이었다.

 

날도 좋고 봄바람에 좀이 쑤셔 집에 있기 힘들었는지 많은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는 공연이 있을 예정인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목덜미로 흐르는 봄볕이 따갑기까지 한 것이 이제 곧 훌쩍 여름이 올 듯 싶었다.

집에서 출발을 하면서 음료수로 뭘 가져갈까 고민을 잠시 했었는데 두유를 선택을 했다.

홈쇼핑에서 시킨 두유가 아직도 30팩쯤 남아 있어서 두 개를 배낭에 담았다.

요즘 기공부가 너무 잘 되다보니 너무 힘들다.

특히 골반에 막힌 기운이 뚫리면서 이제까지는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산을 탔는데

다리도 아프고 무겁기도 하고 가끔 허리도 묵직한 것이 막힌 기운이 풀리면서 감각이 되 살아 나고 있었다.

혹자는 기공부가 잘 되는데 왜 더 아프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기라는 것의 가장 좋은 상태는 기분(氣分)이 좋아야 한다.

즉 기가 분산되어 골고루 퍼져 있어 소통이 잘 되어야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이유로 막히면서 순환이 잘 안되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 막힌 기운은 당연히 좋지 않은 것이며 병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기수련을 통해서 이 막힌 기운을 소통시켜 병기운을 내 보내고 좋은 기운을 받아야 한다.

여기 변()이 있다고 생각을 해 보자.

변이라는 것이 나오면 산화되면서 똥이지만 몸속에 있을 때는 냄새도 없고 그저 음식물 찌꺼기일 것이다.

물론 몸속에 장기간 있다 보면 숙변이 되어 냄새도 나지만...ㅎㅎㅎ

 

일정기간이 지나면 변이 밖으로 나와야하는데 안 나오면 문제가 생긴다.

기라는 것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새기운(좋은 기운)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기가 막히면서 문제가 생긴다.

흐르면 문제가 없는데 정체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딱딱하게 굳은 변을 밖으로 내 보내려면 물에 적시면 부드러워질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변은 냄새도 잘 안 나는데 물이 닿으면 엄청 냄새가 난다.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운도 역시 굳으면 감각이 마비되어 둔해져 병 기운을 잘 못 느끼는데

좋은 기운을 보내 풀어 헤쳐지면 그 기운이 가지고 있는 병증세가 나타난다.

이건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고 직접 수련을 통해 겪으면서 느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서

왜 그런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곤란하다...^^

어찌되었건 마른 똥이 냄새 잘 안 나듯이 병 기운이 막히면 병 증세를 잘 느끼지 못한다.

기운을 다 소통시키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지금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ㅎㅎㅎ

 

 

산에 다니는 재미중에 가장 으뜸이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나무들을 보는 것이다.

진달래가 진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시련을 견딘 사람이 깊은 맛이 있고 자기만의 색깔이 진하듯이 자연도 같다고 느낀다.

산 아래 양지에서 자란 진달래와 산꼭대기 음지에서 자란 진달래는 꽃 색깔이 다르다.

차가운 북풍을 맞으며 시련을 견디고 산꼭대기 음지에서 핀 진달래는 그 색이 훨씬 진하다.

 

 

가시는 길에 고이 즈려밟고 가시라는 듯이 핀 진달래.

왠지 모르게 가슴 가득히 뭉클하게 벅차오르게 하는 꽃이 진달래다.

 

 

저 아래 보이는 곳이 푯말삼거리다.

쉴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막걸리를 파는 분도 있는 곳이다.

난 여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울라가기로 했다(휴식 후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마천동을 지나면서 마트에 들러 얼음이 얼려져 있는 생수를 하나 샀다.

너무 꽁꽁 얼어서 물은 그다지 나오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가져간 두유 하나를 마셨고

여기까지 오다보니 얼었던 얼음이 녹아 얼음물을 마시고 남은 생수병에 두유 하나를 채워 넣고 흔들었는데

이 모습을 본건지 혼자 오신 등산객 한분이 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생면부지인 이 분이 손짓으로 나를 부를 때만 하더라도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르는지 알았다.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잡으신 이 분은 이미 막걸리 한 병을 드셨고 그 옆으로

안주로 싸온 햄과 여러 안주들 그리고 아직 따지 않은 막걸리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마침 휴식도 끝나고 해서 난 배낭을 메고 그분 앞으로 갔다.

그 분이 부른 이유는 같이 막걸리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ㅎㅎㅎ

아마 생수병에 담긴 두유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막걸리를 싸가지고 온 것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다.

원래 술을 잘 안마시지만 특히 산행 중에는 술을 안 마시는 편이라 마음만 받아 가지고 왔다.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 다시 도착을 하니 공연이 한창이었다.

어떤 이는 팔장을 끼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흥을 주체하지 못해서

연신 몸을 흔들어 대며 리듬을 타는 사람도 있었다.

봄 기운 완연한 산처럼 올 한해는 국민을 위하는 따뜻한 대통령, 믿음직한 대통령이 나와

신명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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