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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남한산성 산행

敎當 2017. 2. 2. 10:44

이번 설 연휴는 직장에 다닌 이래로 가장 긴 연휴였습니다.

장장 11일 간의 긴 휴일을 맞이하다 보니 어찌 보낼까 걱정(?)도 되었지만

역시 쉬는 날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걱정도 잠시 어제 출근을 했습니다.

120일 금요일 밤에 야간열차를 타고 지리산 노고단에 다녀왔지만 설 연휴 놀고 먹다보니

어느새 배에 기름기가 끼었는지 몸이 근질근질 해 설 다음날 남한산성에 다녀왔습니다.

올 해 첫눈이 내릴 때도 참 많은 눈이 내렸었는데 이번 산행에도 엄청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수어장대에서 마천동쪽으로 내려가 다시 성불사를 끼고 돌아 올라오니 저 멀리 서문이 보인다.

남한산성의 겨울산행도 일품인데 그 중에서도 백미는

소나무의 푸르름과 어우러진 흰 눈꽃은 청청하다 못해 시리도록 아름다움이었다.

 

 

수문장처럼 지키고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서문 옹성이 보입니다.

삼전도의 굴욕을 안겨준 남한산성의 전투,

그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을 세월이 흘러 지쳐 누운 성곽만이 늘어져 있고

눈 덮힌 그 아래 어딘가에 피 끓는 함성 들이는 듯하다.

 

 

언제부터 지켜왔는지 켜켜이 쌓인 돌무더기 눈보라 묵묵히 지켜내고 있고

장군처럼 버티고 선 청량산을 휘감은 성벽은 물 샐 틈 없어 보인다.

 

 

내가 문에 들어간 것인지 나온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나온 것과 들어간 것은 전혀 다른데 한 가지 행동이 둘로 나뉜다.

저 소나무가 나간 것일까? 내가 들어간 것일까?.....ㅎㅎㅎ

갑자기 천지팔양신주경 한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모든 모양이 참모양이 아닌 줄을 보고 불지견에 들어가 불지견을 깨달았으나

들어간 것도 없고 깨달은 것도 없으며 아는 것도 없고 보는 것도 없으매

한 가지 법도 얻음이 없는 것이 즉 열반의 즐거움이니라

 

4시간 걸리던 산행이 눈이 많이 와서 30분이 더 걸렸다.

싸래기 눈이 왔다가 함박눈이 왔다가 날씨가 오락가락 했지만 눈은 실컷 맞았다.

두꺼운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땀은 비 오듯이 흘렀다.

모자챙에 작은 고드름이 생겼다.

날씨가 더 추웠으면 더 긴 고드름이 생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