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수월스님

두만강변 대비주삼매

敎當 2017. 1. 17. 14:14

수월은 만월산 월면사에 머물고 있을 때에도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무하고 물 긷는 일만 했다.

수월이 이 절에 머물고 있을때 가끔 심령동 마을을 지나

두만강가에 앉아 며칠이고 대비주삼매에 들곤 했다고 한다.

 

수월이 자주 찾던 강 건너편으로는 훈춘의 빽빽한 숲지대가 펼쳐지고

해질 무렵이면 흰 모래톱을 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두만강의 다홍색 물빛이

땅 위의 모든 고통을 봄눈처럼 녹여 주었다.

그 물빛은 삶의 아픔뿐만 아니라

삶의 기쁨 또한 놓아버리게 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이 만든 소금을 배에 싣고

훈춘으로 들어가는 뱃사람들의 뱃노래 소리도.

훈춘의 밀림 속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말 타고 달리던 독립군들의 불타는 심정도

이때만큼은 숨을 길게 멈추고

다홍색 물빛 속으로 끝없이 젖어 들어갔다.

 

누구든 그 빛깔 속으로 뛰어들면 끝없는 끝을 보게 되고,

밑 없는 밑을 만나게 된다.

전해오는 말로는 수월은 이 강가에서 돌부처처럼 앉아

홀연히 큰소리를 내어 대비주를 외었는데

그럴 때마다 강물 속에 살던 크고 작은 물고기떼들이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한 길씩이나 뛰어올라 세상에 다시없는 큰 구경거리를 이루었다고 한다.

 

너와 내가 녹아버린 다함없는 자비심이야말로

우주의 본디 바탕이요, 생명의 진실한 고향일 터이니

일생을 물에 갇혀 사는 물고기들이 순간이나마

그 무거운 업을 벗어나 수월의 자비속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기뻐 뛰던 그 환희의 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더할 수없이 크나큰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강물은 흐른다.

삶도 흐르고 깨닳음도 흐른다.

이제 수월의 크나큰 대비심다라니의 강물은

두만강을 넘어 끝없이 넓은 땅 만주를 향해 흘러간다.

그곳은 가장 서글픈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조선 사람들이

조선을 찾아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고의 삶을 엮던, 한도 많은 조선 사람들의 땅이었다.

그 땅에 자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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