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도인과 선사

三祖 승찬(僧璨)

敎當 2015. 10. 21. 11:42

북제(北齊) 천평(天平) 연간에 한 40대의 거사(居士)2조를 찾아와 예배를 드렸다.

 

제가 전세의 죄업으로 온몸에 질병이 뒤덮고 있으니, 부디 대사께서 저의 죄업을 참회해주십시오.”

 

승찬은 문둥병의 고질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죄업을 내게 가져오면, 내 너를 위해 참회해 주겠노라.”

 

달마가 혜가에게 했던 말과 같은 유형이다.

 

 

거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죄업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 이미 너를 위해 참회를 끝냈으니,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토록 하라.”

 

제가 오늘 대사를 만났으니 승(僧)은 무엇인지 알겠으나, 불(佛)과 법(法)은 아직 무엇인지 알지 못하나이다.”

 

시심시불 시심시법(是心是佛 是心是法)-이 마음이 곧 부처요 이 마음이 곧 법이니

 

불법무이 승보역연(佛法無二 僧寶亦然)-불과 법이 둘이 아니며, 승도 또한 그러하니라

 

 

이 말에 거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제가 오늘에야 죄업이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본심과 마찬가지임을 알았나이다.”

 

혜가는 이는 나의 보물이노라.”하면서, ‘승찬(僧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죄가 본래 공하다는 이 말은 후에 선가의 중요한 사상이 되어 인구(人口)에 수도 없이 회자되었다.

 

원불교 정전(正典) 수행편 제8장 참회문(懺悔文)에도

 

죄는 본래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라 마음이 멸함을 따라 반드시 없어질 것이며,

 

업(業)은 본래 무명(無明)인지라 자성(自性)의 혜광(慧光)을 따라 반드시 없어진다.”고 하였다.

 

 

참회게(懺悔偈)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죄는 본래 자성에는 없는 것이나,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심약멸시죄역망(心若滅時罪亦忘)-그러므로 만약 마음 분별을 끊어버리면 죄도 따라서 없어진다.

 

혜가는 후에 승찬에게 의발을 전하면서 말했다.

 

깊은 산에 은거하면서 교화를 행하지 말고 국난을 피하라.

 

선(禪)으로 가고, 선(禪)으로 행하여, 시기를 기다렸다가 법을 전하라.”

 

 

당시 남북조의 상황은 사로 판이하게 달랐다.

 

남방에서는 각파가 제각각 발전하여 불교 유교 도교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백가쟁명(百家爭鳴)을 이루고 있었고,

 

소수 민족이 통치하던 북조에서는 화이지변(華夷之辨)의 논쟁이 치열하여

 

종교의 대립은 곧 정치적인 문제를 내포하여 흥불(興佛)과 멸불(滅佛)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혜가가 말한 국난이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주 무제(周武帝)는 불법을 훼멸(毁滅)하고 있었다.

 

 

중국 선종의 3조가 된 감지승찬(鑑智僧璨)은 스승의 명에 따라 서주(舒州) 환공산(晥空山)10여년을 은거하면서,

 

태호(太湖)의 사공산(司空山)을 왕래했다.

 

뒤에 수 문제(隨文帝)가 남북을 통일한 후,

 

자신이 어려서 절에서 살았고 또 황제가 된 것은 부처님의 보우(保佑)가 컸다고 믿었기 때문에 불교를 장려했고,

 

이에 따라 다시 불교는 전성기를 맞는다.

 

이때 승찬의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예배하며 가르침을 받았다.

 

 

 

승찬은 146구(句) 584자(字)의 운문체(韻文體)로 된 <신심명(信心銘)>을 지어 사람들에게 널리 전했다.

 

그 첫머리는 다음과 같다.

 

(至道無難)-도에 이르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나니

 

(唯嫌揀擇)-오직 이것저것 가리는 것을 꺼릴 뿐이니

 

(但莫憎愛)-다만 증애의 착심만 두지 않으면

 

(洞然明白)-텅 비어 저절로 환하게 밝아진다

 

 

 

 

(毫釐有差)-털끝만한 차이만 있어도

 

(天地懸隔)-천지차이가 나는 것이니

 

(欲得現前)- 지금 당장 도를 얻고자 하거든

 

(莫存順逆)-순역경계에 마음을 두지 말라

 

 

 

 

(違順相爭)-옳고 그름 따지는 것은

 

(是爲心病)-이것을 일러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 것이니

 

(不識玄旨)-현묘한 가르침의 참 뜻을 알지 못하고

 

(徒勞念靜)-생각만으로 고요함을 얻고자 애쓰는 무리니라

 

 

 

 

(圓同太虛)-일원(一圓)은 크게 텅 빈 것과 같아서

 

(無欠無餘)-모자람도 남음도 없는 것이나

 

(良由取捨)-좋고 나쁨을 취사하는 분별심 때문에

 

(所以不如)-그러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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