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예천군 여행-하루

敎當 2015. 9. 21. 16:05

 

지난 주에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 예천에 있는 지인 이 거사님을 만나러 갔다.

남한산성에서 등산을 하다 알게 된 분인데 평창의 큰스님과 인연을 맺게 해 주었고

그 인연으로 절에 사무장이 되어 2~3년을 기거하다 아내분의 병간호로 인해

고향인 예천으로 내려가 농부로써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차편이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영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풍기 IC에서 하차를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만난 것이 이 애기사과다.

 

 

이거사님이 농사일에 열중하다 보니 알람을 못 들었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

시간이 조금 있어서 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빨갛게 익은 사과가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열려 있었다.

밭 한가운데는 커다란 호두나무도 보였고 땅콩 밭과 더불어 깨밭이 펼쳐져 있었다.

 

 

일을 하다 왔다며 이거사님과 함께 논으로 향했다.

이 벼는 가바라는 품종인데 일종의 기능성 벼로 전량 계약재배를 한다고 한다.

가격도 일반 벼에 비해서 더 받는다고 하는데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인 우렁이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가서 보니 피를 뽑고 있는 중이었는데 장화가 한 컬레 뿐이 없어서

직접 논에 들어가 도와주지는 못하고 그냥 기다려 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신경 쓰이지 않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터질 듯이 꽉 찬 밤이 가을이 익어가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무 아래 떨어져 벌어진 밤송이 사이로 윤기가 흐르는 왕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처음 맛보는 햇밤의 맛이란 떫으면서도 고소한 것이 일품이었다.

 

 

하늘을 향해 뻗은 강아지풀이 하늘색 캔버스에 하얀 구름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어렸을 때 흔히 보던 아주까리인데 이제는 수도권에서는 보기 힘들다.

이 씨앗으로 교실 마룻바닥에 기름칠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논 제방을 넘어가니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첨벙 소리와 함께 큰 물결이 일면서 퍼져 나가는 것을 보니 제법 큰 물고기도 사는 듯하다.

 

 

시골에서는 작은 땅이라도 소흘이 하지 않아 논두렁을 따라서 쭉 콩을 심어 놓았다.

서울에서 자랐지만 1960년대의 서울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런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이런 광경을 보고 자라서인지 익숙해서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 뒤편으로 평풍처럼 펼쳐진 산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찔레나무 열매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는데 어릴적 찔레 순을 따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일하는 이 거사님이 마음은 바쁜데 할 일은 조금 더 남았고

둘러 볼 곳은 좁아 시간은 남고해서 논두렁을 가로 질러서 큰길가로 나갔다...ㅎㅎㅎ

 

도로를 따라 걷다가 만난 녀석이 이 스파이던맨(?...어쩌면 걸일지도...)이다.

 

 

가까이에서 찍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크기가 장난은 아니었다.

꽁지에서 나오는 거미줄이 선명하게 찍혔다...ㅎㅎㅎ

 

 

호두나무에 호두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청설모가 엄청 좋아하는 열매다.

청설모가 호두를 따다가 집에까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지점에 모아 둔다.

그러다 어느 경우에는 어디에 묻어 두었는지 몰라서 그대로 방치되기도 한다...^^

 

 

고호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강렬한 색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집 담장에 붙어서 핀 꽃인데 생화인데도 조화처럼 느껴 지는게

요즘은 생화나 조화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탓도 있을 것이다.

 

 

마치 하늘거리는 소매를 나부끼며 승천하듯이 피어있는 꽃이었는데

그 감동에 마음이 떨렸는지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에는 길에 흔히 심어져 있던 맨드라미도 요즈음에는 귀한 꽃이 되었다.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벨벹을 만져보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 보던 꽃이 아니라 요즈음에는 이름 모를 꽃이 정말 많았다.

이름을 모르면 어떨까...아름다움을 보는 이에게 선사하면 할 일을 다 한 듯...^^

 

 

꽃이 막 피기 전의 모습인데 잘 말아서 테를 두른 것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나란히 서서 해를 바라보는 꽃무리들의 앙다문 모습이 앙증맞다...ㅎㅎㅎ

 

 

이 거사님이 다닌 학교라고 하는데 아직도 저 교실에서 풍금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금도 이런 시골학교 출신인 50년대 생인 이 거사님이 컴퓨터 박사가 되어

컴퓨터 관련 밴쳐기업도 했다고 하니 개천에서 용 난 격이 아닐까...

사진을 찍는다고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어느덧 이 거사님의 일도 끝이 나 있었다.

군에서 경영한다는 온천에 들려 목욕을 하기로 했는데 입욕료가 주민은 3000

주민이 아니면 5000원 이었고 노천탕도 갖춘 그럴듯한 곳이었다.

이 온천관광도 입소문이 나서 많이 온다고 했는데 물도 좋고 가격도 싸기 때문일 것이다.

 

말끔하게 씻고 고기집에 들러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은 후

이 거사님이 카페에도 노래하는 모습을 올린 적이 있던 사실이 떠올라

노래하는 곳에 가서 한곡 듣기를 청했더니 기꺼이 응해 주셨다.

일단 숙소를 정허고 그 근처의 노래할 수 있는 술집에 들리기로 하고 시내로 향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방이 없다는 것이었고 방을 잡으러 한 8곳은 다니지 않았나 싶다.

저녁 10시도 안 되었는데 그랜드모텔이라는 제법 규모가 큰 곳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방은 없다는 냉랭한 대답만 듣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오니 예천 사람들 바람피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공기 좋은 곳에서 사니 모두가 정력가만 모였나?...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그랜드모텔을 나오는데 하얀 와이셔츠에 인자하고 세련 되 보이는 신사가 차에서 내린다.

차에 올라 이동하려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 노신사에게 길을 물었다.

이 근처에 모텔이 모여 있는 동네가 어디냐고...여자랑 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모텔이라니..

노신사는 방을 잡기 힘들 거라며 풍기로 갈 것을 권했다.

이유를 물어 보니 11개국이 모이는 세계 양궁대회를 하기 때문에 예천에는 방이 없을 거란다.

이런 건전한 행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정력, 바람 운운 했으니...죄송합니다...^^

 

이때 이 거사님이 차에서 내리더니 노신사 분에게 인사를 한다.

<군수님! 안녕하십니까...^^>...!

아저씨 말 좀 물어 보겠습니다하고 물었는데 군수님이란다.

너무 친절했던 군수님에게도 이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어쩌면 노숙할 뻔!

최 거사는 길을 물어도 수준 높게 군수에게 묻는다는 이 거사님의 농담과 함께

한참을 달려 풍기에 도착을 했는데 이번에는 노래하는 술집이 없어서 한참을 돌았다.

시간도 늦고 해서 결국은 노래는 다음에 듣기로 하고 숙소를 정했다.

 

예전에 젊었을 때(?) 가 봤던 모텔과는 시간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다.

그때는 건축학도라 모텔의 구조는 어떤지 확인하러 갔었다...ㅎㅎㅎ

시설이 깨끗하고 인터넷도 갖춰져 있으며 벽걸이 TV이도 크고 주변의 공기도 달랐다.

 

이곳에서도 축제를 했지만 영주시라서 규모가 큰 관계로 어렵지 않게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수련을 하고 전화를 했더니 데리러 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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